김민기 '공장의 불빛' 등 민주 역사, 남영동 대공분실서 만난다

연합뉴스 2024-10-20 08:00:28

내년 3월 임시 개관해 6월까지 특별전시…'공장의 불빛' 초판 테이프 등 전시

사업회 "기증품은 전시콘텐츠, 교육·연구자료 활용…상시 기증받는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 인사에 대한 고문이 자행되는 등 국가폭력의 상징이었던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올해 말 다시 태어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기념관이 민주주의 역사를 담은 다양한 기록물과 유품, 기념품, 활동자료들로 채워져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난해 6∼11월 자료 기증 캠페인을 전개한 결과 총 106건 683점의 자료가 모였다고 20일 밝혔다.

사업회가 기증받은 다양한 자료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거 민주화운동 현장에 빠지지 않고 울려 퍼지던 민중가요와 관련한 각종 카세트테이프와 악보집 등이다.

가장 오래된 자료는 1978년 제작된 고(故) 김민기의 노래굿(음악극) '공장의 불빛' 초판 카세트테이프다.

유신정권 말기에 제작된 '공장의 불빛'은 힘겹게 살아가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 깡패들에 의해 좌절을 겪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도시산업선교회에서 녹음해 비합법 음반의 형태로 보급한 이 테이프에는 서곡을 포함해 21편의 노래가 담겨 있다. 총 35분가량의 분량이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중심이 대학가였던 만큼 각 대학의 노래패 관련 자료도 다양하게 들어왔다.

1989년 고려대 중앙노래패 '노래얼'의 세미나 자료, 성균관대 국문과 노래패 '꼴굿떼'의 1997∼2000년 공연 실황 비디오테이프, 단국대·강릉대·한양대·건국대 노래패들의 노래 모음 카세트테이프 등 당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대학생의 모습과 목소리가 담긴 다양한 자료가 사업회로 모여들었다.

민주화운동을 전파하는 산실(産室)이던 야학 관련 자료도 기증품 목록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겨레배움터'라는 야학에서 1989년부터 10여년을 학생들을 가르친 장윤호 씨는 기념관에 이 야학의 소식지·교재 등과 '야학문제연구회 보고서', '야학인 한마당 자료' 등 야학 연합 활동과 관련된 여러 자료를 기증했다.

대부분 종이 자료인 만큼 수십 년이 지나면서 폐기할 수도 있었지만, 자료 하나하나가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기에 소장하고 있었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장씨는 "야학이 쇠퇴할 무렵인 1990년대 야학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자료"라며 "당시 야학 교사는 대학생, 학생은 노동자였다. 동년배지만 가정 환경 등에 따라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서로의 삶에 대해 배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야학에서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회의 이면을 서로를 통해 보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런 것들이 민주주의의 밑바탕을 이뤘다고 본다"며 "이번 자료가 당시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사회를 민주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미래 세대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사업회는 기념관으로 연말 이전한 후 내년 3월 임시 개관해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수집된 기증품 중 '공장의 불빛' 초판 테이프는 내년 3∼6월 진행될 민주화운동기념관 특별전시 '한국 문화운동의 역사로 본 일상의 민주화'에서 선보인다.

사업회는 "시민의 참여로 수집된 기증품들은 기념관 전시콘텐츠 및 교육, 연구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며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사료는 상시 기증받고 있으니 원할 시 홈페이지 등에서 기증 신청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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