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대목' 11월 겨냥한 이커머스업계…'최저가 경쟁' 점화

연합뉴스 2024-10-20 07:00:24

G마켓·11번가, 가격경쟁력에 집중…알리, '역대급' 광군절 예고

티메프 사태 후 경쟁 구도 변화…쿠팡·네이버 이은 3위 싸움 서막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연중 최대 쇼핑 행사가 몰린 다음 달 국내외 주요 온라인 쇼핑몰 간 한바탕 '가격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G마켓(지마켓)과 11번가 등 토종 업체는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중국계 알리익스프레스는 광군절을 겨냥한 '역대급' 물량 공세를 예고했다.

20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 G마켓은 다음 달 1∼10일 예정된 '빅스마일데이' 행사를 '온라인 최저가'를 목표로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기존에는 판매자의 참여 신청을 받아 상품을 구성했으나 이번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판매자에 참여 자격을 부여하는 쪽으로 바꿨다.

특정 기간과 상품군의 평균 가격, 최저 가격을 기초로 적정 기준 가격 이하의 상품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G마켓은 이를 위한 가격 검증 알고리즘을 개발해 품목별로 참여 상품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판매자와 나눠 부담하던 할인쿠폰 비용도 전액 G마켓이 부담하기로 했다.

판매자들이 비용 부담을 덜고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고객별 보유 쿠폰 가운데 할인율이 가장 높은 것을 자동으로 적용해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을 보여주는 인공지능(AI) 개인화 기술을 선보인다.

과거 빅스마일데이 사례를 보면 판매자들이 행사 기간 가격을 슬그머니 올리고선 대폭 할인하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이번 조처로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고객들이 실제 온라인 최저가 쇼핑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G마켓은 기대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빅스마일데이의 운영 방식을 이처럼 대대적으로 바꾼 것은 2017년 행사 시작 이래 처음"이라며 "가격 경쟁력과 고객의 신뢰를 동시에 사로잡고자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연중 최대 행사인 '그랜드 십일절'을 준비하는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도 가격에 방점을 뒀다.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상품을 다수 확보해 고객 혜택을 높일 계획이다. 1만원 이하의 초저가 상품도 다수 선보인다.

역대 최고 인기 상품군인 디지털·대형 가전은 담당 상품기획자(MD)가 제조사와 사전 협의해 할인된 가격으로 물량을 확보했다고 11번가는 설명했다.

그랜드 십일절 노출 상품의 가격 단속도 강화한다.

행사 가격을 이전 3주간 평균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면 판매자에게 1차로 가격 재조정을 권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품 노출을 제한할 예정이다.

이외에 다른 고객의 구매에 기여한 추천인에게 '11페이 머니'를 적립해주는 '머니백' 프로모션을 처음 도입하고 구매 적립 혜택을 강화한 새 멤버십 서비스 '패밀리 플러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올해 그랜드 십일절을 매력적인 프로모션으로 만들고자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이처럼 다음 달 행사의 가격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은 좋은 제품을 얼마나 저렴하게 제공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극심한 고물가 현상과 소비 침체로 고객의 가격 민감도가 커지면서 가격 요인이 한층 중요해졌다는 게 업체들의 판단이다.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파고드는 알리익스프레스에 맞대응하려는 전략적 성격도 있다고 업계는 본다.

토종기업의 가격 공세에 알리익스프레스도 '맞불'을 놓을 태세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절'(11월 11일)에 맞춰 한국 진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보다 더 파격적인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군불을 때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광군절 당시 11억원 상당의 '럭키박스' 이벤트를 열어 3시간도 채 안 돼 준비한 물량을 완판하는 등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쿠팡과 네이버 강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3위 자리를 둘러싼 업체 간 다툼은 이커머스 시장의 중요한 관전포인트"라며 "업체들이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11월 행사가 그 서막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