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스타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가 된 전국체전 나들이[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2024-10-20 06:00:00

[합천=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두달전 끝난 2024 파리 올림픽의 스타들이 경남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4~5관왕을 싹쓸이 한 스타들, 올림픽에서 잠시 부진했던 것일 뿐임을 확인한 스타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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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 올려도 압도적… 유도 허미미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였던 허미미.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도 학창시절 최정상의 기량을 보인 허미미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남긴 "미미가 꼭 한국에서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인이 되기로 마음 먹는다.

국적 회복과정에서 허미미가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이었음이 밝혀지며 화제를 모았고 재일교포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태극마크를 단 허미미는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kg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쾌거를 이뤄냈다.

워낙 독특한 배경과 귀여운 외모, 웃는 얼굴, 뛰어난 실력을 두루 갖춰 허미미는 올림픽 종료 후 최고 스타로 대우받았다. 8.15 광복절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자리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고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국민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허미미는 또 다른 도전을 했다. 자신이 늘 나왔던 –57kg급이 아닌 6kg 많은 63kg급에 출전한 것. 투기 종목에서 ‘체급은 깡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체급을 올려 경기하는게 쉽지 않지만 올림픽 은메달까지 따낸 허미미에게 문제 없었다. 오히려 허미미는 결승에서 13초만에 한판승을 거두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전국체전 3연패를 해냈다.

허미미는 금메달 후 “솔직히 올림픽 이후 스케줄이 많아 몸상태가 20%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복을 잡으니 나도 모르게 승부욕이 불타오르더라”라며 웃었다. 이날 경기가 열린 합천체육관에서 허미미는 김민종, 안바울, 김하윤 등 많은 유도 스타들과 함께 있었지만 가장 많은 사진-사인 요청을 받는 선수로 남다른 인기를 체감하기도 했다.

▶너무 바빴나… 예상치 못한 결과의 오상욱-김예지

남자 선수 중 단연 최고의 올림픽 스타는 펜싱의 오상욱이다. 압도적인 실력은 물론 훤칠한 외모에 전세계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오상욱은 전국체전 개인전에서 사브르 1회전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이 종목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는데 전국체전에서 1회전 탈락은 가히 ‘황당한’ 결과였다.

그래도 오상욱은 심기일전해 단체전에서 맹활약하며 소속팀 대전시청의 단체전 금메달에 기여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세계 최고의 부호인 일론 머스크가 SNS를 통해 “액션 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이라며 극찬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사격 스타 김예지도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사격 여자 일반부 공기권총 본선에서 573점을 쏴 전체 13위에 그쳐 8위까지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놓친 것. 이 부문 올림픽 은메달을 따냈는데 전국체전에서는 결선도 오르지 못한 것.

10점 만점인데 마지막 발이 4점을 쏘는 대형실수를 했던게 결정적이었다. 이미 25m 권총 결선에서도 7위를 기록했던 김예지는 단체전에서도 5위로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는데 전국체전에서는 빈손으로 돌아가며 한국 사격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보여주는 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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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부담감 치유제가 된 전국체전

파리 올림픽 직전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선수는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과 수영의 황선우였다. 우상혁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높이뛰기 4위로 대한민국의 올림픽 육상 역사상 주경기장 트랙/필드 통틀어 개인전 최고순위로 깜짝 스타에 올랐다.

이후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해 파리 올림픽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2m27cm에 그치며 오히려 도쿄 올림픽보다 부진한 7위의 성적으로 마무리하며 눈물을 보였다.

전국체전에서 우상혁은 2m21cm를 뛰어 금메달을 차지하며 활짝 웃었다. 우상혁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인터뷰에서 “2024년을 제 인생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안 돼서 아쉽다”며 “올림픽 메달로 개인적인 영광 누리고, 국민들과 함께 기쁨 누리고 싶었다. 아쉽게 메달을 못 따고, 부담감도 느꼈지만, 그것도 큰 경험이다. 그래야 다음에 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 이후 수영 최고의 스타로 각광 받았던 황선우는 올림픽에서 주 종목 자유형 200m 결승 진출 실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실망한 바 있다. 그러나 전국체전에서는 5관왕을 차지했고 자유형 200m에서 1분45초03, 100m에서 48초12로 우승해 각각 1분45초92와 48초41을 찍었던 올림픽보다 시간을 단축했다.

황선우는 “부담감을 저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그걸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에너지로 활용해서 더 열심히 하겠다”며 올림픽 부진에 무너지지 않고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올림픽 스타들은 전국체전을 끝으로 대부분 2024시즌을 마쳤다. 4년에 한번오는 올림픽을 위해 내달린 한해였고 그 기량을 마무리하는 전국체전은 각각의 선수들에게 다른 의미로 마침표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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