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진객' 떼까마귀, 전국 최대 도래지 울산서 올해 첫 관측

연합뉴스 2024-10-20 00:01:00

18일 '선발대' 45마리 관찰, 11월 말까지 수만 마리 찾아 월동

정확한 개체 규모 조사 미진…"면밀한 연구, 관광 등 연계 활용책 필요"

태화강 상공 뒤덮은 떼까마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겨울마다 수만 마리의 떼까마귀들이 월동하는 전국 최대 도심 속 철새 도래지 울산 삼호철새공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울산을 찾은 개체들이 발견됐다.

떼까마귀 전문가인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는 "지난 18일 아침 대나무 군락지인 삼호대숲 일원에서 올해 울산을 가장 먼저 방문한 '떼까마귀 선발대' 45마리가 관찰됐다"고 19일 밝혔다.

김 박사에 따르면 오전 6시 14분께 27마리가 삼호대숲에서 나와 중구 태화루 방면으로 날아갔다.

또 다른 18마리 무리는 인근 고압선 전선에 20여분간 앉았다가 중구 입화산 방향으로 이동했다.

올해 떼까마귀 첫 발견은 지난해(10월 17일 43마리 관측)보다 하루 늦었다.

김 박사는 지난 15년간 떼까마귀의 울산 첫 도래일을 관찰하고 있는데, 첫 방문일은 모두 10월 13∼18일에 집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떼까마귀 도래와 함께 강원도 철원지역의 기온 변화 추이를 함께 살피는데, 철원에 추위가 빨리 닥치면 13∼15일 정도에, 추위가 늦으면 16∼18일에 떼까마귀가 울산을 찾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때를 시작으로 11월 말까지 떼까마귀의 울산 방문은 계속 이어진다.

지난 18일 울산에서 올해 처음 관측된 떼까마귀들

울산은 '겨울 진객(珍客·귀한 손님)'으로 불리는 수만마리의 떼까마귀가 월동하는 전국 최대 떼까마귀 도래지다.

산업도시 울산이 떼까마귀의 최대 서식지가 된 데는 '최적의 잠자리'와 '풍부한 먹잇감'이라는 서식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우선 떼까마귀는 집단으로 나뭇가지 등에 앉아 밤을 보내는데, 약 9만㎡에 걸쳐 대나무가 빽빽하게 밀집한 삼호대숲은 천적을 피해 안전하게 밤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잠자리 역할을 한다.

또 울산 입암들을 비롯해 인근 경북 경주와 포항, 경남 양산지역에 너르게 펼쳐진 들판에 추수 이후 남아있는 낙곡은 풍족한 먹잇감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한겨울 시베리아와 몽골 초원 등지의 혹한을 피하려 남하한 떼까마귀들은 이듬해 봄까지 겨울을 보낸 뒤, 다시 북쪽으로 돌아간다.

다만 울산을 찾는 떼까마귀 개체 규모는 관측 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는 편이다.

울산시와 울산생물다양성센터는 올해 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울산 태화강을 찾은 떼까마귀 개체수를 5회 조사한 결과, 하루 기준 최소 4만7천220마리에서 최대 7만4천810마리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시 시와 생물다양성센터는 태화강을 찾는 떼까마귀 개체수가 감소 추세라는 일부 분석에 따라, 사진으로 개체수를 세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조사했다.

남구 삼호철새공원 잔디밭과 중구 태화동 축구장에서 떼까마귀가 둥지에서 나오는 새벽 시간에 맞춰 5초 단위로 사진을 촬영한 뒤, 개체수를 집계하는 프로그램으로 사진 속 떼까마귀 개체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7만마리가 넘는 개체가 관측된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규모는 그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시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시행하는 조사 방법과는 달라 개체수가 다를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떼까마귀와 노을이 만든 풍경

김 박사는 까마귀 떼가 둥지에서 떠나는 데 걸리는 시간, 새까맣게 떼를 지어 상공을 날아오를 때 측정한 면적당 밀도 등을 토대로 개체 수를 매년 관측하는데, 지난겨울에는 4만5천마리 수준이 가장 적정한 집계라고 봤다.

김 박사는 울산 떼까마귀 도래 규모가 2017년 약 13마리 수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감소 추세라고 밝혔다.

이는 온난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 상승, 농업용 비닐하우스 확대 등에 따른 먹이활동 가능 면적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처럼 '전국 최대 도래지'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개체 규모 조사 방법이나 관측 결과조차 제각각인 현재 상황이, 떼까마귀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한 근거가 된다고 김 박사는 짚었다.

그는 "떼까마귀 도래지로서 울산의 사례는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연구와 활용 가치를 지닌다"면서 "울산이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상황에서 철새 도래지를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심도 있는 학술적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그 자산이 관광이나 여타 분야로 연계·확대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hk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