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일본 견학 지원하고 대학에 기부 이어온 '볼링 교수'

연합뉴스 2024-10-19 10:00:29

경희대, 김경숙 전 교수 봉사 정신 기려 '김경숙 강의실' 명명

'매그놀리아 아너스 클럽' 위촉식 열고 김씨에 감사 표시도

(용인=연합뉴스) 김솔 기자 = 경기 용인시 소재 경희대 국제캠퍼스 체육대학 205호에는 최근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바로 '김경숙 강의실'.

'김경숙 강의실'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김경숙 씨(오른쪽)

2003년부터 약 16년간 이 캠퍼스 체육대학의 객원교수와 강사로 재직했던 김경숙(78) 씨의 봉사 정신을 기리기 위해 대학 측이 붙인 이름이다.

19일 경희대에 따르면 김씨는 1993년 광주체전을 시작으로 전국체전에서 6회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볼링의 대모로 불렸다.

재일대한체육회, 재일한국상공회의소, 재일세계한인상공인 부회장직을 여성 최초로 역임하고 서울시볼링협회장과 한국볼링협회 부회장을 맡으며 대외활동을 이어간 김씨.

그는 57세에 접어들며 경희대와 인연을 맺은 뒤 볼링을 향한 열정을 학생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김씨가 캠퍼스에서 가르친 것은 비단 볼링공을 굴려 핀을 쓰러뜨리는 방법뿐만이 아니다.

재일교포인 그는 자신의 교양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 중 일부를 뽑아 일본으로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교통비, 체류비, 연구비 등 비용은 전부 본인의 사비로 부담했다.

평소 수업 태도와 제출한 체험 계획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강 인원 60여명 중 4명을 선정했다.

선정된 학생들은 관광, 공연 감상 등 저마다 세운 계획표에 따라 9박 10일간 일본 각지를 여행했고, 귀국한 뒤에는 체험기를 작성해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영수증과 함께 제출했다.

그만의 특별한 현장 체험에 참여하며 추억을 쌓은 학생은 10여년간 약 150명에 이르렀다.

유년기에 아버지의 사업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김씨는 학생들 또한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돕고자 오랜 기간 나눔을 실천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2000년대 초반에만 하더라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학생이 많았고 한국인과 일본인 간 심리적인 거리도 상당했다"며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고 모국인 한국에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 지원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학 교수로 부임한 2003년부터 올해까지 대학 측에 기부 또한 꾸준히 이어왔다.

경희대는 지난 15일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 대회의실에서 학교 측에 일정 수준 이상의 발전 기금을 기부한 기부자를 예우하는 '매그놀리아 아너스 클럽' 위촉식을 열고 김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씨는 "앞으로 매 학기 김경숙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자의 꿈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며 "선별된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추가로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