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무너지는 공교육…합동수업으로 새 길 찾는 작은학교

연합뉴스 2024-10-19 08:00:30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농촌 학교…충북 초중고등학교 40%가 전교생 60명 이하

도교육청 작은학교 활성화 계획 수립…"중장기 대책 마련해 실현해 나갈 것"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충북 지역 초중고등학교 10곳 가운데 4곳은 전교생이 60명 이하나 6학급 이하인 소규모 학교다.

이 같은 소규모 학교는 4년 전과 비교하면 초등학교는 5곳, 중학교는 1곳 늘었다. 이런 현상은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의 작은 학교들은 손을 맞잡고 공동 교육과정을 설계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교육 당국은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분교장 개편 기준을 완화하는 등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작은 학교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산척초등학교 공동 수업

◇ 전교생 19명, 작은 학교들의 큰 만남

전교생이 20명도 안 되는 충주 농촌 마을의 산척초등학교.

지난 15일 찾은 이 학교에선 학생 수가 2명밖에 되지 않는 4학년 교실에서 모처럼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정이 비슷한 인근 작은 학교 2∼3곳의 학생들이 모여 총 10명 가량이 공개수업을 진행한 것.

4학년 교실의 수업 주제는 "그림자 연극". 그림자의 원리를 배우고 연극 연습을 통해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마은실 담임교사는 "연극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활동"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이견을 조율하고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많아 아이들이 자기 조절력이나 감정이 상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을 터득할 수 있다"고 수업 취지를 설명했다.

칠판 앞에 선 교사가 수업을 시작하자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엔 쭈뼛하던 학생들은 금세 어색함을 털어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연극 대본을 만들어 나갔다.

여느 교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단 두 명이 있던 교실에선 결코 당연한 모습이 아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꼭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예나 학생은 "원래 조용한 성격이 아니고 활발한 편이라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까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아 앞으로도 같이 수업을 듣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산척초 전선재 교장은 "확실히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학교가 더 활발해진 것을 느낀다"며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곳일 뿐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시간이 참 소중하다"고 말했다.

산척초등학교 공동 수업

◇ 도 교육청 작은 학교 활성화 중장기 계획 추진

이러한 합동수업은 충북교육청이 지난해 8월 수립한 '작은 학교 활성화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 계획은 학생 수가 부족한 작은 학교들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도 교육청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단계별 로드맵을 구상했다.

이에 따라 분교장 개편 기준이 3년간 학생 수 20명에서 12명으로 하향 조정됐으며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주소 이전 없이 전·입학이 가능한 공동 일방 학구제 대상 학교가 69개교에서 88개교로 확대됐다.

이 외에도 ▲ 작은 학교 교직원 간 네트워크 강화 프로그램 운영(전문가 초청 강연) ▲ 작은 학교 교직원 관사 개선(괴산·증평 미니 복합단지 공동주택 매입)▲ 문화 예술·체육 교육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농산촌 특색학교 확대 등이 추진 과제에 담겨 있다.

다만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보완해야할 부분도 남아 있다.

공동교육 모델 개발의 경우, 산척초와 보은 보덕중학교 총 2곳이 시범학교로 지정돼 연합 운동회, 체험학습 등 교육과정을 구체화하고 있다.

다만 각 학교의 학년 구성이 다르고 학교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육 계획이 있기 때문에 연초에 충분히 논의했음에도 세부적인 일정 조정이 필요한 경우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중론이다.

또 동일한 공간에서의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간 이동 시 안전 문제와 버스 임차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도 교육청은 작은 학교 활성화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완해 종합 계획을 개선하고 이를 여러 학교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 밖에도 교육 현장 요구에 맞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중장기적으로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척초등학교 공동 수업

k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