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액 구체적 계산 안 해"…"법원 감정 결과 등 토대로 청구액 확장 예정"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공단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최근 공단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인과관계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뇌물을 받고 외압 행사를 지시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피해를 봤다며 지난달 13일 이 회장과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5억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삼성물산 법인과 이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삼성물산 등 9명이었다.
이 의원은 "불법 합병의 몸통이 누구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냐"며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당연히 (박 전 대통령이 청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은 국민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소송할 때 (청구 대상을) 임의로 판단하기보다는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과 여러 가지 협의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판결만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만큼 충분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것이 법무법인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복지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이날 국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피고에서 제외한 이유 등이 담긴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에는 '이재용에 대한 뇌물죄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삼성그룹 승계와 관련한 포괄적이고 묵시적인 청탁을 하였음은 인정하였으나,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특정한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등의 대상 제외 근거가 적혀 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공단이 작성한) 의견서에 '박 전 대통령이 합병 안건에 대해 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라는 등의 표현이 적시돼 있다"고 짚었다.
박 위원장은 또 "그런데도 이 의견서에는 '박근혜의 지시를 통치행위에 준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볼 여지도 있다'고 적혀 있다"며 "뇌물을 받는 게 통치행위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직접전인 답변을 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자료 내용을 보니 통치행위를 운운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책임이 부정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소위 '퉁 치고 있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법률 자문가들의 의견을 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다시 하라고 요청했고, 김 이사장은 오는 21일인 종합감사 날까지 "최대한 구체화해서 (법률 검토 계획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국민연금 추정 손해액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입은 손해액을 얼마로 추정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이사장은 "손해액은 구체적으로 계산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최소 1천647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손해배상의 근거는 실제 합병비율과 적정 합병비율의 차이인데, 적정 합병비율에 대한 선행 판례가 없고, 각계의 다양한 의견만 있는 상태라 적정 합병비율을 정하기 쉽지 않고, 각각 손해 시점, 산정 근거, 기준이 다르다"며 손실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 손해액이 5천205억∼6천747억원, 경제개혁연구소는 1천138억∼1천658억원가량으로 추정했다.
공단은 소송가액이 5억원이 넘어야 사건이 합의부로 배당되기 때문에 일단 5억1백만원을 청구했다며 "합병 불법성에 관한 관련 판결의 결과와 법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향후 손해배상금액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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