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유족들, 2년9개월만에 청계광장 분향소 자진철거

연합뉴스 2024-10-19 00:00:55

국회의사당 인근에 새 분향소…"우리 팬데믹은 아직 안 끝나"

청계광장 분향소 철거하는 중구청 관계자들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목숨을 잃거나 부작용을 겪은 피해자와 그 유족이 약 2년 9개월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운영해 온 분향소를 자진 철거했다.

18일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와 중구청 등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께 청계광장 합동 분향소 역할을 하던 천막 1동을 자진 철거하고 분향소 내부에 놓인 영정사진들을 정리했다.

그간 유족들은 백신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분향소를 철거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유족들은 철거 이유에 대해 중구청이 분향소가 청계광장을 무단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변상금 부과 등의 조처를 내린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백회 김두경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구청에서 자진 철거를 하지 않으면 변상금을 부과하고 행정대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피해자들이 애통해했지만, 구청을 이길 수 없어서 자진 철거했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오랜 기간 코백회 측을 설득하고 코백회 측과 만나며 논의한 결과 이뤄진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청에 따르면 천막 무단 설치에 따라 그간 매겨진 변상금은 약 1억1천200만원에 이른다. 다만, 코백회 측이 지난 11일까지 천막을 자진 철거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어 실제적인 부과액은 구청 재량이나 설치 기간 판단 등의 변수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코백회는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마련된 천막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고 75명의 영정사진을 안치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회의사당 인근 코백회 합동 분향소

김 회장은 "우리는 정부 정책에 따라 백신 접종을 한 국민이고, 피해자에 대해서도 구제를 해줘야 방역이 100%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에게는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살아있는 피해자 중 중증 환자들은 치료를 못 받고 사망에 이르고 있다"며 "회원들끼리 서로 먼저 떠나보낸 분의 경험을 토대로 '연명치료를 해야 하냐'고 묻는다"며 울먹였다.

김 회장은 2021년 초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아들이 사지마비 증상에 걸린 피해를 입었다.

앞서 코백회는 코로나19가 유행이던 지난 2022년 1월 청계광장에 천막 2동을 세우고 영정을 둔 뒤 이곳에서 백신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중구청은 합동 분향소가 불법이라며 코백회에 천막 자진 철거를 요청해왔고, 코백회는 지난 5월 천막 2개 중 1개를 자진 철거했다.

인터뷰하는 김두경 코백회 회장

jung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