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소리 낸 청년예술가들 "경쟁적 지원금 대신 육성정책 필요"

연합뉴스 2024-10-18 18:00:41

'신진연극인밤'서 예술지원정책 토론…"온라인 공연·물품 공유도 대안"

발표 중인 박정의 서울연극협회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청년 예술인의 첫 작품을 지원하는 현행 '청년 예술인 지원금' 정책을 청년 예술인 육성 자금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8일 서울 대학로 예술인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회 신진 연극인의 밤'에 참석한 연극인들은 청년 예술인에 대한 지원정책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연극인들은 우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정책 방향을 현행 경쟁구도 방식이 아닌 육성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매년 첫 작품을 발표하는 19∼39세 청년 예술가 40여명을 선정해 최대 1천만원의 창작지원금과 전문가 멘토링 매칭,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연극계 일각에선 지원 대상이 소수에 불과해 청년 예술인들의 경쟁만 부추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토론 중인 배우 조아해

발제자로 나선 서울연극협회 박정의 회장은 "매년 5천명 이상의 연극학도 배출되고 그중 60∼70%가 서울 대학로로 모여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치열한 취업난 탓에 연극 분야의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치료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듯 연극 분야의 구조적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며 "경쟁 구도만 강화하는 현행 청년 예술인 지원금 제도 대신 청년 예술인을 육성하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청년 예술가들도 박 회장의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연극배우 조아해는 "최근 공연예술 플랫폼인 플레이티켓의 신인배우 역량강화 프로그램 '디 아티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관객을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신인 배우들의 역량을 강화해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 중인 서울문화재단 무대기자재 공유센터 김유리 주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더불어 연극인들의 자생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오프라인 무대 공연을 온라인 콘텐츠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문화예술 기획사인 필터필의 이정은 이사는 "해외에서는 온라인 공연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는 아직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공연 영상도 하나의 작품의 될 수 있도록 이제는 보물 상자에 갇혀 있는 공연 영상을 꺼내놓을 때"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이어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1천만 관중을 모은 프로야구처럼 연극 분야도 뉴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산해야 한다"며 "뉴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관객이 계속 유입되면 공연 시장도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 준비 중인 '제2회 신진 연극인의 밤' 참석자들

공연 물품 공유로 제작비 등을 절약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서울문화재단 무대기자재 공유센터 김유리 주임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추진 중인 '리스테이지 서울' 사업을 통해 공연에 필요한 의상과 소품 등을 편리하게 공유하고 재사용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창작지원은 물론 친환경 무대에 대한 인식 확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