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교서 두 학교 학생들이 수업'…화재로 맺어진 따뜻한 인연

연합뉴스 2024-10-18 17:00:43

김포 솔터고, 화재 후 인근 운유고 한때 공동사용 후 감사 인사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18일 경기도 김포시 마산동 솔터고등학교에 마련된 스티커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솔터고에 설치된 포토부스 앞으로 늘어선 줄

학생들은 삼삼오오 포토부스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이들의 웃음소리가 포토부스 밖으로 새어 나와 줄 선 이들의 얼굴에 미소로 번졌다.

이날 이 학교에 포토부스가 생긴 사연은 올해 1월 24일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시작된다.

심야에 불이 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체육관과 급식실, 교실 등이 타 수업을 할 수 없게 됐고, 인근 신설 학교로 1학년생만 있는 운유고등학교가 솔터고 학생, 교직원을 받아들이기로 해 이때부터 솔터고와 운유고의 동거가 시작됐다.

두 학교 사이는 차로 10분, 걸어서 40분가량 걸리는 거리여서 솔터고 학생, 교직원은 등하교, 출퇴근길이 고달파졌고 운유고 학생, 교직원은 학교 시설을 함께 쓰느라 불편해졌다.

특히 교실 수가 부족해 두 학교 일부 학생은 격주로 원격수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솔터고 측은 운동장 및 강당 사용을 자제했고, 운유고 측은 두 학교 학생의 등하교 동선을 분리하는 한편 학부모들이 번잡해진 학교 앞 도로에서 교통 지도를 하는 등 두 학교가 서로 배려하면서 별다른 갈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올해 5월 솔터고 학생들은 복구작업이 완료된 학교로 돌아왔고, 이들이 운유고를 떠나던 날 운유고 학생과 교직원은 응원의 인사를, 솔터고 학생과 교직원은 감사의 인사를 나눴다.

두 학교의 인연은 경기도교육청이 관내 학교의 감동적인 사연을 찾고 학생, 교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올해 8월 28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진행한 '학교는 나의 힘' 캠페인에 솔터고의 한 교사가 사연을 보내 알려지게 됐다.

운유고 전체 학급 및 교직원에 제공된 간식바

도 교육청은 이 캠페인에 사연을 보낸 학교 중 간식바 설치 학교 10곳, 포토부스 설치 학교 2곳을 선정했고, 솔터고가 포토부스 설치 학교로 뽑혔다.

아울러 솔터고의 감사를 담아 운유고에도 각종 주전부리가 담긴 간식바를 제공했다.

솔터고 교사는 도 교육청에 보낸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제목의 사연 글에서 "두 학교가 함께 지낸 기간 학생들은 '따로 또 같이', '함께하는 배움터' 등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머문 자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분리수거를 철저히 했으며, 여러 교육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시 우리 학교로 돌아오는 날, 운유고 학생들이 응원해주고 우리 학생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고 두 달 사이 아이들이 훌쩍 컸다고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시큰해졌다"고 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두 학교의 사례는 교육공동체의 협력과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생, 교직원이 함께 노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솔터고를 응원하고 운유고 학생, 교직원의 따뜻한 협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