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발 스마트그리드 호재... HVDC 선점 경쟁 치열

데일리한국 2024-10-18 15:51:01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설치된 송전탑. 사진=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설치된 송전탑.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시스템) 구현을 위한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전력업계가 사업 기회 발굴에 나선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웨텍스 2024 전시에는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을 비롯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여했다. 

현지 주요 발주처인 두바이수도전력청(DEWA)이 주최한 이번 전시에서 국내 기업들의 계약 체결 소식은 나오지 않았지만 사업 확장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전기산업진흥회가 파악하고 있는 지난해 국내 전력기자재 수출 규모는 약 150억달러(21조원)로 이중 중동 지역 비중은 10~15%다. 중동 판매에 수반되는 절차가 까다롭고 인증 비용 등 부담이 적지 않지만 시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지 스마트그리드 등 이슈가 점차 부각되면서 단위 품목의 판매를 넘어선 시스템 차원의 수주 대응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015년 청정에너지 전략을 발표하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착수했다. 정보통신 기술(ICT)를 활용해 전력망을 관리하는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이 보다 촘촘해질 것을 감안한 대비책이다.

아랍에미레이트는 그간 전력 수요 대부분을 천연가스를 활용한 화력발전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태양광 패널 구입에 약 4억7300만달러(6480억원)를 투입했다. 지난 2022년에도 약 10억1365만달러(약 1조3900억원)를 쏟아붓기도 했다.

사막에 태양광 발전장치를 설치하는 조건이다. 관리가 필요한 전력망도 산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를 도심 등 수요처에 신속히 연결시킬 방안이 요구되면서 ICT와 HVDC(초고압 직류송전)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HVDC 사업 수주에선 턴키(설계·시공 일괄 진행) 역량이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전력케이블뿐만 아니라 변환시스템까지 통합적인 제작·설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턴키로 발주를 받고 계획부터 시작해서 상용화 테스트까지의 결과물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중국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에이비비(스위스), 지멘스(독일) 등 글로벌 업체에 HVDC 실증테스트 기반을 제공하며 기술적 성장을 거듭했다. 장소 제공의 대가로 기술을 이전 받거나, 이들 기업이 자국에 설치한 HVDC 케이블이나 전력변환시스템 등을 유지보수하며 노하우를 쌓은 것이다.

중국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의식한 국내 기업들도 HVDC 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선 효성중공업이 진행 중인 국내 HVDC 프로젝트의 상용 운전이 마무리되는 내년 2월 이후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운전 실적이 국제입찰에 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동욱 한양대 산학협력중점교수는 “HVDC 사업이 태동기에 있는 만큼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