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민의 에너지산책] ‘성공대박 vs 과대포장’ 체코 원전·동해 심해탐사 국감

데일리한국 2024-10-18 13:33:09
22대 국회 산자위가 지난 14일 전남 나주 한전전력그룹 본사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22대 국회 산자위가 지난 14일 전남 나주 한전전력그룹 본사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의 가장 큰 화두는 체코 원전과 동해 심해가스전 탐사다. 

여야는 7일(산업통상자원부), 14일(한국수력원자력), 17일(한국석유공사) 세 차례의 국감에서 체코 신규 원전과 동해 심해가스전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여당은 두 사업이 성공하면 국격을 높이고 막대한 부를 가져올 ‘대박사업’이라고 주장했고, 야당은 실현 가능성이 불분명해 '과대포장'이라고 난타했다.

여야는 국감장뿐만 아니라 보도자료와 언론기사, SNS를 통해서도 각자의 주장을 전개했다. 그런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사업주체인 피감기관장을 옹호하다가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며 질책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인터넷과 과거 국감자료를 검색하는 성의를 보이면서 국익을 명분으로 자료제출을 거부한 산업부와 공공기관의 전략을 무력화했다. 

체코 원전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은 현정부가 체코정부에 금융지원을 약속했으며 사업비도 예상금액인 24조 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로 신고리 5·6호기와 UAE 바라카 원전의 사례를 들었다.

여당 의원들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투자의향서(LOI) 수준의 금융지원을 언급했으며 체코에 공급할 원전은 국산화가 완료돼 경제성 확보에 지장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특히 금융지원과 관련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체코 정부와 논의한 바가 없다면서도 “금융기관이 이익이 되면 투자할 수도 있는게 아니냐"고 금융 지원 가능성의 여지를 뒀다.

동해 심해가스전과 관련 야당은 성공확률이 높은 투기등급의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물리탐사를 수행한 액트지오의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으며 전체 사업비가 5000억 원인데도 1공구 시추를 예타 없이 진행해 '쪼개기'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석유공사가 진행해오던 천해 탐사의 장소를 동해 심해로 옮겼을 뿐 달라진 것은 없으며 1공구 탐사 시추 예산은 예타 기준 2000억원 보다 적은 1000억원이어서 예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산업부와 석유공사 편을 들었다. 나머지 4000억원 규모의 탐사시추는 새로 구획된 지역에서 진행돼 1공구 탐사 시추와 별개라고 주장했다.

특히, 석유공사의 구응모 동해탐사팀장은 "야당의 주장과 달리 동해 심해탐사는 석유 마피아의 야합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김동섭 사장은 “석유가스전 개발은 원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며 “석유공사가 동해-1가스전을 개발해 얻은 수익으로 그간 탐사와 개발비용을 덮고도 남았다”고 맞섰다.

22대 국회 산자위 국감 첫 날인 지난 7일 국감에 산업부 장차관과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해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22대 국회 산자위 국감 첫 날인 지난 7일 국감에 산업부 장차관과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해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의 이 같은 공방이 2026년 치러질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미 포항 지역에선 동해 심해가스전 탐사시추로 시민들이 기대감에 들떠 있는 것으로 야당은 분석하고 있다. 체코 원전의 경우 현정부가 전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내건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는 "체코 원전과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이 경제성이나 사업타당성을 떠나 ‘표심’과 ‘세(勢) 결집’을 위한 정치적 선전용으로 전락했다"라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본계약 체결 전인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을 ‘실질적인 수주’, ‘체코 원전 수주’라고 보도해 과장 홍보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업주체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석유공사는 사업 성패에 직접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선거나 정부지지율에 체코 원전과 동해 심해가스전 탐사를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석유공사 일각에선 “동해 천해 탐사 때처럼 동해 심해가스전 탐사시추도 조용히 진행했어야 했다”는 푸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들은 야당의 비판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들 모두 “걸려오는 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특히, 야당의 파상공세로 체코 정부와의 협상이나 동해 심해가스전 투자자 모집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맹이 없이 겉만 번지르르 한 사업을 수행해선 안되지만, 협상이나 투자유치를 위한 외형 치장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이 내후년 지방선거까지 이 사업들을 놓고 다툴 전망이어서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14일 나주에서 열린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한전 김동철 사장을 비롯한 피감기관 참석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14일 나주에서 열린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한전 김동철 사장을 비롯한 피감기관 참석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