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XR기기 10만대 생산 목표에도 시각차…'비전프로' 5분의1

데일리한국 2024-10-18 12:30:23
삼성전자가 2018년 출시한 VR헤드셋 '오딧세이 플러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18년 출시한 VR헤드셋 '오딧세이 플러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소비자용 확장현실(XR)기기를 10만대가량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는 XR 산업의 시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커진 만큼 내년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를 염두에 두고 XR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상황에 따라 내후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 등과 협력해 올해 4분기 소비자용 XR기기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제품을 10만대가량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애플의 XR기기 '비전프로'의 생산 목표였던 50만대의 5분의1에 해당한다.

애당초 목표를 공격적으로 정하지 않은 점을 볼 때 일찍이 내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과거 이 시장에 진출했다가 흥행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메타(옛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협업해 '기어VR'이라는 헤드셋을 출시했었다. 2018년에는 '오딧세이 플러스'도 내놓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앞서 2013년 출시된 구글의 '구글 글래스'도 무거운 무게와 사생활 침해 논란 등으로 흥행에 참패하는 등 소비자용 헤드셋 시장에서 현재까지 성공 사례는 없다.

애플의 XR 기기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애플의 XR 기기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된 애플의 비전 프로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약 17만대가 팔렸다. 앞서 시장에선 이 기간 30만~40만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XR기기 개발에 돈이 많이 들면 출시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출시 시기가 내후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XR기기에는 소니의 올레도스가 공급된다. 올레도스는 기존 유리기판 대신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만드는 디스플레이다. 소니는 비전프로에 공급했던 것과 비슷한 사양의 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올레도스 패널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이를 소니로 변경했다. 소니는 화이트(W)-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방식의 올레도스를 공급한다.

업계에선 앞으로 적어도 수년간 이 분야에서 소니의 아성을 뛰어넘는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의 이매진으로부터 적녹청(RGB) 올레도스 기술을 확보했지만 XR기기에 이를 적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술은 W-OLED 방식의 올레도스보다 낮은 전력으로 높은 휘도(밝기)를 지원하는 등 XR 산업에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