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200만원은 돼야 돈 된다"...카드사들 '프리미엄 전략만 집중' 눈총

데일리한국 2024-10-18 09:45: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올 상반기 국내 카드사들이 7000억원이 넘는 연회비 수익을 거뒀다.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우량고객 유치에 집중하기 위해 연이어 출시한 프리미엄 카드들이 상반기 수익을 견인했다. 하반기 역시 우량고객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신용판매 수익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드사의 프리미엄 마케팅에 대해 업계에선 우량고객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혜자카드'의 단종 행렬이 이어지고 무이자 할부와 같은 혜택이 축소되면서 결제액이 적은 일반 고객은 우량고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만 받고 있다는 비판 역시 나온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 등 전업카드사 8곳의 올 상반기 누적 연회비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한 7084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업계 연회비 수익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카드사 중 연회비 수익이 가장 큰 곳은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현대카드다. 상반기 연회비 수익만 16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업계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지난 2월 프리미엄 카드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 신상품을 출시했던 현대카드는 지난달 대표 프리미엄 카드 6종을 리뉴얼하면서 '더블랙' 카드의 연회비를 기존 250만원에 300만원까지 인상했다. '더블랙'은 현대카드 최상위 프리미엄 카드로 국내에서 가장 연회비가 비싼 카드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우리카드의 경우 250만원의 연회비를 자랑하는 '투체어스 W'가 프리미엄 라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투체어스 W'는 지난 7월 기존 투체어스 카드에서 리뉴얼 된 상품으로 △모아포인트 120만점 △백화점 상품권 모바일 교환권 100만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다른 카드사들도 연회비가 200만원대의 프리미엄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연회비 수익 2위인 삼성카드는 대표 프리미엄 카드 '디아이디(THE iD)' 시리즈가 있지만 '라움 오'의 연회비가 가장 비싸다. 3위인 신한카드도 200만원의 연회비를 자랑하는 '더 프리미어 골드 에디션'과 더불어 26만원의 연회비를 내는 호텔 프리미엄 카드 '메리어트 본보이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 역시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HERITAGE Exclusive)', '클럽1(CLUB1)' 등 200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내야 하는 프리미엄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연회비가 통상 10만원을 넘으면 프리미엄 상품군에 속한다고 본다"며 "카드사들은 여행, 문화, 다이닝, 쇼핑 등에서 특화된 회원 혜택을 제공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가 선보인 대표 프리미엄 카드 6종.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가 선보인 대표 프리미엄 카드 6종. 사진=현대카드.

◇ 수익성 보장하는 우량고객에 집중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모객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우량고객이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 대부분을 조달하는 카드사들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에서도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무이자 할부 등 각종 혜택을 줄여가며 수익성을 보전해 왔다.

특히 지난해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 영향으로 카드사 실적이 크게 하락하자 카드사들은 우량고객 집중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카드사 입장에서 우량고객은 고액 결제액 비중이 높고 연체율이 낮아 대손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연회비 수익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우량고객은 결제액도 많고 연체율 위험도 크지 않아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관련 마케팅은 오래전부터 해왔던 마케팅이다"라고 설명했다.

고객들 역시 프리미엄 카드가 고가의 연회비를 내야 하지만 연회비 대비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프리미엄 카드가 연이어 선택하고 있다. 실제 일부 프리미엄 카드의 경우 여행, 문화, 다이닝, 쇼핑 등에서 특화된 회원 혜택을 제공한다.

◇ 알짜카드 단종 등 일반 고객 혜택은 실종

다만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상품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알짜카드는 단종하고 무이자 혜택을 줄이는 등 일반 고객을 위한 혜택은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8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 단종시킨 신용·체크카드 수는 373개로 지난해 단종 건수(458개)의 81%가 넘었다. 특히 체크카드는 상반기에만 91개를 단종해 통계 집계(2017년) 이래 가장 많았다.

실제 BC카드의 '始發(시발)카드'는 대표 '알짜카드'로 입소문을 탔지만 지난달 30일부터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해당 카드는 실적이나 한도 제한 없이 0.7%를 할인받을 수 있어 카드 소비자들 사이에서 무실적 카드로 인기를 끌었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4일 베스트셀러로 꼽히던 '신한카드 딥드림' 상품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해당 카드는 전월 이용 실적과 적립 한도 등의 조건 없이 전 가맹점에서 일시불·할부 모든 결제에 대해 0.7% 기본 적립이 가능했다. 지난 8월에는 우리카드가 전월 실적에 상관없이 국내외 가맹점 1% 무제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의정석 에브리원' 상품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무이자 할부 혜택과 같은 고객 혜택도 줄이고 있다. 지난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최장 12개월까지 제공했지만 현재 대부분의 카드사는 최장 3~5개월 수준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드사들은 업황 악화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고객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고 있어 수익성은 매년 악화되고 있다"며 "프리미엄 마케팅이나 카드 단종 등은 그간 이어진 자연스러운 마케팅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