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걱정에 소송전까지…전공의 떠난 병원들 '보릿고개'에 한숨

연합뉴스 2024-10-18 00:01:08

빅4 병원 상반기 손실 2천135억원…국공립의대 병원 1곳당 278억원 적자

전공의들 '사직 처리 지연' 이유로 소송까지…"재정 부담 커질 것"

의정갈등 언제까지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의정 갈등에 따른 여파로 전공의들이 몸담았던 병원들이 '보릿고개'를 건너고 있다.

곳간이 비어 차입금이 느는 것도 모자라 전공의들이 건 소송전에도 휘말렸다.

의정 간 대화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탓에 갈등이 언제 해소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당분간 병원들의 고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공립, 사립을 가리지 않고 의대 부설 의료기관들의 올해 경영 사정이 나빠졌다.

◇ 국공립·사립대 가리지 않고 적자…중앙의료원도 '마이너스' 장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부설 의료기관 24곳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17곳이다. 10곳 중 7곳이 적자를 본 셈이다.

전체 24곳 병원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99억3천만원의 순익을 남겼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6억8천만원가량 손실을 냈다.

특히 연세세브란스병원은 작년 상반기 수익이 737억1천만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160억3천만원 적자로 돌아서면서 순손실 증가 폭(897억4천만원)이 가장 컸다.

국공립의대 소속 병원들의 곳간도 말라갔다.

올해 상반기 6개 국공립의대 소속 12개 의료기관의 평균 당기 순손실은 278억2천만원으로 작년(85억6천만원)보다 평균 192억6천만원 증가했다.

서울대병원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1천627억9천만원으로, 국공립대 부설 의료기관 중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재무 자료를 내지 않은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빅5' 병원 중 4곳(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2천135억1천만원에 달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립중앙의료원도 이유는 다르지만, 적자 운영 상황은 비슷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이곳의 병상 가동률은 40.0%였다.

중앙의료원 병상 가동률은 코로나19 유행 이전 평균 70%였으나 대유행 시기(2020∼2023년)에 절반으로 뚝 줄었고, 이후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병상 가동률 감소로 올해 중앙의료원의 손실 규모는 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 곳간 걱정에 1조원대 빚냈는데 소송까지…국립대병원 '내우외환'

국립대병원들은 곳간이 메말라 가면서 각종 자구책을 내왔지만 빚만 늘어나면서 상황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병원 노동자들은 무급 휴가(휴직), 강제 연차 사용, 실질 임금 감소, 임금 체불을 걱정하고 있다.

국립대학교병원노동조합연대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립대병원 16곳의 차입금은 약 1조3천524억원으로, 지난해 1년 치 차입금 총액(1조3천158억원)을 이미 넘겼다.

국립대병원은 경영 손실 외에 몸담고 있던 전공의들이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걱정이 커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대병원 10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57명은 각자가 일했던 국립대병원에 1인당 1천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전공의들은 사직서 처리 지연으로 취업이나 개원에 차질이 생겨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했다.

청구 대상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립대병원 9곳이며, 총청구액은 총 8억5천500만원이다.

소송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병원들은 각자 제한된 예산 범위 안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별로 대응하면 법원의 판단이 각기 다르게 나올 수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송 결과에 따라 수련병원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응급의료센터로 향하는 의료 관계자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