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에르난데스의 투혼…준PO 전경기 출장→PO 3차전 60구 역투(종합)

연합뉴스 2024-10-18 00:00:58

수비 실수, 내야 안타 불운에도 흔들리지 않고 '돌직구 정면승부'

"연장전 했더라도 등판했을 것…내일도 정신적으로는 준비돼 있어"

환호하는 LG 에르난데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지난 11일 kt wiz와 준플레이오프(준PO) 5차전에서 승리해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진출에 성공한 뒤 "내 마음속 최우수선수(MVP)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라고 말했다.

준PO MVP는 당시 2, 5차전 선발승을 거둔 임찬규에게 돌아갔지만,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의 활약과 헌신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당시 에르난데스의 활약은 대단했다. 준PO 5경기에 모두 등판해 7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2세이브 1홀드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가 5차전까지 열린 준PO에서 전 경기에 출전한 건 KBO리그 통산 처음이었다.

7일 동안 5경기에 나선 에르난데스는 삼성 라이온즈와 PO에서도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냈다.

PO 1, 2차전에선 경기 초반 점수 차가 벌어져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팀이 2패로 코너에 몰린 PO 3차전에서 팀을 구했다.

역투하는 LG 에르난데스

에르난데스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PO 3차전 삼성과 홈 경기 1-0으로 앞선 6회초 1사에서 선발 임찬규에 이은 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윤정빈과 디아즈를 범타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후 과정은 힘겨웠다. 그는 7회 2사에서 김영웅에게 3루타를 허용했다.

LG 우익수 홍창기는 김영웅의 타구를 뒤로 흘렸고, 김영웅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3루에 안착했다.

공식 기록은 3루타로 표기됐지만, 에르난데스로선 힘이 빠질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에르난데스는 침착하게 투구를 이어갔다.

후속 타자 이재현을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50㎞ 직구로 윽박지르며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7회초 이닝 마친 LG 에르난데스

백미는 8회였다. 에르난데스는 1사에서 김지찬을 상대로 2루 땅볼을 끌어내는 듯했지만, 김지찬이 간발의 차이로 1루에 먼저 안착해 내야 안타가 됐다.

에르난데스는 대타 김성윤을 내야 뜬공으로 잡은 뒤 윤정빈에게 볼넷을 내줬다.

후속 타자는 PO 1, 2차전에서 3개의 홈런을 몰아친 디아즈였다.

그러나 에르난데스는 위축되지 않았다. 담담하게 정면 승부를 펼쳤다.

그는 시속 150㎞대 직구 2개를 내리 던졌고,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가 됐다.

에르난데스는 피하지 않았다. 다시 시속 150㎞ 직구를 뿌렸다.

공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경계선에 살짝 걸쳐 들어갔고, 디아즈는 정면 승부를 예상한 듯 배트를 돌렸다.

두 외국인 선수의 힘 싸움은 에르난데스의 승리로 끝났다.

타구는 힘을 잃고 유격수 앞 땅볼이 됐고 아웃을 확인한 에르난데스는 포효했다.

삼성 영웅 잡아내며 벼랑 끝 탈출 이끈 에르난데스

8회까지 공 42개를 던진 에르난데스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에르난데스는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첫 타자 박병호를 상대로 시속 150㎞대 직구 2개를 가미해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대타 이성규를 상대로도 구속은 떨어지지 않았다. 공 4개로 루킹 삼진을 기록했다.

에르난데스는 마지막 타자 김영웅을 상대로도 이 악물고 던졌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51㎞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끌어낸 뒤 환호했다.

이날 에르난데스는 3⅔이닝 동안 60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했다.

코너에 몰렸던 LG는 1-0으로 승리해 PO 전적 1승 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희망을 발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에르난데스는 "연장전을 했더라도 등판했을 것"이라며 "일단 내일 경기도 정신적으로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경기는 모든 타자와 승부가 다 짜릿할 정도로 일구일구를 집중해서 던졌다"라면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위해,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cy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