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을 준비하는 곳에서 울려 퍼진 치유와 위로의 선율

연합뉴스 2024-10-18 00:00:56

하슬라국제예술제 아웃리치 공연…호스피스 병원 갈바리의원서 열려

호스피스 병원에 울려 퍼진 치유의 선율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올해 처음 시작한 '2024 하슬라국제예술제'의 아웃리치 공연이 삶의 끝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병원인 갈바리의원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피아니스트 겸 예술감독 조재혁이 예술제 처음부터 큰 의미를 부여한 '강릉의 의미 있는 장소에서의 찾아가는 공연'이 17일 오후 1965년 개원한 아시아 최초 호스피스 병원 갈바리의원 2층 작은 로비에서 열렸다.

병상에 누워서 혹은 링거를 꽂고 공연을 본 환자와 가족, 병원 관계자 등 40여 명이 로비와 계단을 가득 메운 관람객이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 바이올리니스트 후미아키 미우라, 첼리스트 송영훈이 '하슬라에서의 묵상'이란 이름으로 쇼팽, 마스네, 라흐마니노프, 멘델스존의 아름다운 선율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음악으로 치유했다.

쇼팽의 녹턴,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 명상곡,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멘델스존 피아노 3중주 1번 2악장 등 밝으면서도 매우 익숙한 곡을 연주했다.

이들은 공연이 열린 로비로 나오지 못하고 누워 있는 환자들의 방으로 음악이 스며들어 병실로 선율이 퍼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음악을 전했다.

조재혁 예술감독은 "아내가 강릉에서 음악과 가장 어울리는 곳이라며 이곳에서의 공연을 추천했다"며 "치유와 위로를 염두에 둔 곳을 선정해 환우들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열린 아웃리치 공연

그는 연주 전 큰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은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곤소곤 말을 하다가 수녀분의 큰소리로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서야 톤을 높이는 등 진심을 다했다.

조재혁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로비의 병상에서 관계자들의 보살핌 속에 연주를 듣던 환자가 박수를 치는 모습은 가슴 뭉클한 음악의 힘을 느끼게 했다.

첼리스트 송영훈은 "슬프지만,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싶다"며 준비된 곡을 바꿔 연주하기도 했다.

아주 조용히 조심스럽게 시작한 30여분의 공연은 박수갈채와 함께 앙코르가 나올 정도로 즐겁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주최 측은 이날 호스피스 병원이 조용함이 중요한 공간이라며 기자들에게도 너무 일찍 오지 말고 휴대전화를 제외한 별도의 카메라 촬영 등도 어렵다며 양해를 부탁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개막한 하슬라국제예술제는 20일 폐막 공연 '비바 하슬라'(VIVA HASLA!)로 막을 내린다.

지휘자 정민이 이끄는 강릉시향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무대에 올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화려한 대미를 장식한다.

호스피스 병원에 울려 퍼진 치유의 선율

yoo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