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대북제재 위반' 북한산 석탄 실은 선박 압류

연합뉴스 2024-10-18 00:00:40

올해 3월 팔라우로 선적 바꾼 뒤 5월 불법 해상 환적 의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북한의 선박간 금수품목 불법거래 지적 (PG)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캄보디아 정부가 북한산 석탄 수출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과 이 선박에 실려있던 석탄을 압류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VOA는 캄보디아 법무부가 공개한 문건을 인용해 캄보디아 정부가 지난 5월 26일 팔라우 선적의 씨시나인(C Sea Nine) 호와 북한산 석탄 4천800t을 동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북한산 석탄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돼있고, 북한으로 향하거나 북한에서 출발한 화물의 의무적 검색 또한 결의에 명시돼 있다.

VOA가 항적을 분석한 결과 씨시나인 호는 4월 26일 타이완 해역에서 출항, 4월 29일 황해남도 장산곶에서 북서쪽으로 약 24㎞ 떨어진 지점에서 사라졌다가 5월 7일 북한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 다시 나타났다.

중간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는 뜻인데, 그 사이 씨시나인 호가 북한 남포항에 기항했을 가능성이 있다. AIS를 꺼버리는 것은 불법 거래에 관여하는 선박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으로, 국제해사기구(IMO)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또 5월 8일 석도 북쪽 해상에서 선박 3척이 선체를 맞댄 장면이 포착돼 불법 해상 환적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 중 한 척이 씨시나인 호일 가능성이 있다.

씨시나인 호는 북한 해상을 빠져나간 뒤 태국 시라차항을 다음 목적지로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캄보디아로 향했고 그 과정에서 캄보디아 정부에 나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씨시나인 호는 2004년 건조된 총톤수 2천879t의 중소형 화물선이다. 중국 깃발을 달고 운항하다 올해 3월 팔라우로 선적이 바뀌었다.

선박의 소유주는 태국에 소재하는 '트레이드 아시아 로지스틱스'다.

캄보디아는 북한 우호국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북 제재 이행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북 제재를 위반한 선박을 억류한 것도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0년 3월 싱가포르 국적자가 소유한 유조선 커리저스 호를 억류해 미국에 넘겼고, 미국은 2021년 7월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커리저스 호를 몰수했다.

커리저스 호는 2019년 8∼12월 AIS를 무단으로 끄고 북한 선박 새별 호에 최소 150만 달러(약 20억원)어치의 석유를 넘기는 장면과, 북한 남포항까지 이동하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됐다.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