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20일 대선…친서방·친러시아 세대결 결과 주목

연합뉴스 2024-10-17 19:01:07

친유럽 현 대통령 재선 도전…친러세력 정권탈환 '올인'

여론조사에선 여당 우세…'EU 가입'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옛 소련에 속했던 몰도바가 오는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와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치른다.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한 인구 250만명의 동유럽 소국인 몰도바의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이번 선거가 서방과 러시아의 정치 대결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몰도바는 소련 해체 이후 친서방-친러시아 정권이 번갈아 가며 들어섰다.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은 친유럽파다. 그는 이번 대선을 통해 임기를 4년 연장하고 EU 가입에 대한 국민 지지를 확인함으로써 친유럽 정책에 힘을 얻기를 희망한다.

산두 정부는 친유럽 정권을 무너트리려고 하는 러시아가 이번 선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몰도바 경찰은 지난 4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범죄 집단이 몰도바 국민 13만여명을 대상으로 친러시아 후보에 투표하고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라며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투표 방해 행위의 중심에는 친러시아 사업가 일란 쇼르가 있다고 몰도바 경찰은 지목했다.

쇼르는 몰도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친러시아 성향 쇼르당의 대표를 지낸 정치인이기도 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미국 메타는 지난 11일 몰도바에서 산두 대통령과 친유럽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친러시아 정당을 지지한 가짜 계정 수십 개를 차단·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몰도바 선거 개입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몰도바 선거 과정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산두 대통령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은 CBS-AXA 조사 결과를 인용해 산두 대통령이 11명의 대선 후보 중 가장 높은 36.1%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친러시아 성향 사회주의당 후보인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이 10.1%, 레나토 우사티 전 발티 시장이 7.5%로 뒤를 이었다.

EU 가입 국민투표와 관련한 CBS-AXA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63%가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찬성표가 과반이면 몰도바는 헌법에 EU 가입을 전략적 목표로 명시할 수 있다.

산두 대통령은 오는 20일 50%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다음 달 3일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산두 대통령을 결선 투표로 끌고 갈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인 스토야노글로는 산두 대통령이 연임을 위해 EU 국민투표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민투표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산두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지지율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내년 총선에서 친유럽 집권당인 행동과 연대당(PAS)의 과반수 의석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두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난민 문제와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급감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타격을 받았다.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