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대 증원 2000명' 재차 강조…"2035년엔 2만명 부족"

데일리한국 2024-10-17 18:04:43
지난 4월8일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8일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대통령실이 다시 한번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다졌다. 의정 갈등의 최대 쟁점인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서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증원 규모인 '2000명'에 대해서도 교육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숫자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서울대 등의 연구 자료 등을 인용하며 "전국을 지역의료권으로 나눠 평균 미달 의사를 채운다고 가정했을 때 부족 의사 수는 5000명"이라며 "현재 부족 인원이 5000명, 10년 후엔 1만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반영하면 1만명이 아니라 2만명에 가까운 숫자가 부족하다"면서 "2000명이 아니라 4000명을 증원해야 2035년에 의사 부족 상황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한 데 대해선 "교육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가장 안전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숫자"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의료개혁에 대한 완수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로 제시한 연구 보고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비대위는 이날 정부가 의대 증원을 결정하는 데 있어 참고했다는 KDI와 서울대 등 연구 결과를 언급하면서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연구자들의 의견을 숙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추계 연구에 적용하는 가정과 시나리오에 따라 같은 연구 모형 내에서 추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사 수요는 폭증하는 지표가 많은데, 공급은 정체하거나 감소한다는 데이터가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소득 증가하게 되면 의료비는 더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화해 65세 이상 인구가 증가한다"면서 "내년부터 50만명씩 매년 은퇴하는데, 65세 이상 인구 특성상 만성 질환을 평균 2개 이상 가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도 충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의대 증원 방침을 공식 발표한 뒤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수의료혁신전략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 협의체도 만들어 논의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증원 문제만 37차례 논의했다"면서 "올해 1월 중순쯤 적정 규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숫자 달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 발표 전 정확한 숫자를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발표가 임박한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증원 규모를 정했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반박했다.

15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내년도 의대 입학 정원 조정도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2026학년도 정원 논의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법령의 제·개정이나 천재지변, 학과의 구조 개편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 입시 전해 5월 말까지 대학 입학전형 시행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당 조항을 들어 의대 증원 규모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2025학년도 대입전형을 바꾸려면 올해 5월 말까지 해야 하므로 지금 바꾸자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면서 "이미 수시와 정시라는 대입 절차의 중간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고, 지금 와서 최종적인 모집 인원을 바꾼다는 건 스포츠 경기 중에 룰을 바꾸는 것이다. 그 조항으로 정원을 바꿀 수 있는 단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단계적 증원과 관련해서도 "하나의 방법일 순 있지만 단점이 있다"며 "현재의 의사결정이나 의료계의 반응을 보면 매년 증원할 때마다 사회적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실행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바뀌면 이에 맞춰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만큼 비효율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부족 의사를 채우는 시기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비상 진료체계에 대해선 "겨울철 굉장히 어려움이 있을 시기로 예상한다"면서 "호흡기 질환자, 심뇌혈관 질환자, 감염병에 대응한 비상 대책을 별도 준비 중이고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