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위기속 가자 휴전 뒷전으로…"한 달째 침묵만"

연합뉴스 2024-10-17 18:00:44

"美 국무, 대선 후 가자 전후 계획 발표 고려…협상 교착 속 플랜B"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로 중동의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가자지구 휴전 논의의 교착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가자 휴전 협상 전망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지난 3∼4주 동안 그 어떤 대화나 개입도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알사니 총리는 "모든 당사국의 침묵 속에 우리는 같은 원 안에서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알사니 총리는 "합의가 이뤄지려면 양측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만약 한쪽이 원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면, 합의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가자 전쟁 이전 자국 수도 도하에 하마스 정치국 사무소를 유치하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경제적 지원을 해왔다. 개전 후에는 미국, 이집트 등과 함께 휴전 협상을 중재해왔다.

가자 전쟁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3천여명의 무장대원을 이스라엘 남부에 보내 1천200여명을 학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잡아가면서 시작됐다.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7일간의 일시 휴전을 성사시켰지만, 이후 싸움을 완전히 중단시키기 위한 중재국의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하마스·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에 무력 대치까지 벌어지면서 가자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은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알사니 총리는 "이미 복잡한 상황에 레바논 내 상황이 더해지면서 역내 전체 전쟁은 계속 악화하고 우리의 중재 노력은 한층 복잡해졌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마련한 가자지구 전후 계획 발표를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블링컨 장관이 발표를 고려 중인 전후 계획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리들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 UAE는 지난 몇 달간 이 문제에 관한 생각을 논의했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동참했다.

지금까지 논의된 전후 계획에는 인도적 지원, 법과 질서 확립, 통치 기반 마련을 위한 임시 국제 사절단 파견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UAE는 가자지구에 자국군 파견을 제안했다.

다만, 이런 전후 계획은 의미 있는 개혁을 거치고 새롭고 독립적인 총리를 선출하는 등 쇄신을 단행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주도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관련국의 생각이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을 비롯한 국무부 관리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에 이스라엘-하마스 간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 타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전후 계획 발표가 전쟁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기 위한 '플랜B'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국무부 일각에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자치정부 수반인 마무드 아바스를 배제한 가자지구 전후 계획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것이며, 결국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