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기대하지만…이공계 열악한 처우에 절망" 과방위 국감

연합뉴스 2024-10-17 18:00:37

최민희 의원장에 하니 인증샷 사과 요구에 여야 설전도

과방위 국정감사 열리는 KAIST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1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53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 대한 국정감사에는 열악한 이공계 처우와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폭거는 이공계 학생들과 청년 연구자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공계 인재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절망적 현실 때문에 돌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학회 출장이 취소되고 연구 소모품을 사지 못하고 실험 진행도 하지 못하는 등 연구 중단 사례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을 꿈꿀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의하는 황정아 의원

같은 당 이정헌 의원도 "아폴로 달 탐사 프로젝트처럼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려면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2030 젊은 청년들이 이런 월급을 받고 왜 있겠느냐"며 "로또도 당첨금에 대한 세금이 33%인데, 특허 지적재산 보상금에 대한 세금은 무려 45%에 달해 연구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공계 석박사과정 학생 규모가 2022년을 기점으로 급감하고, 의대로 인재가 유출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일하지 않는 시니어 그룹에 대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곳곳의 불합리한 요소와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의하는 최수진 의원

같은 당 최형두 의원은 "빅데이터·클라우드 등 4대 신기술 인력 수급이 4년 뒤 6만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공계 인재 육성은 경제 근간을 결정할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같은 당 신성범 의원도 "과학기술계 출연연 연구원의 평균 연봉이 3천900만원에 불과해 대기업에 비하면 열악한 수준"이라며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노벨문학상 수상 뒤 과학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도 그 때문에 사업단을 많이 만들었고, 예산이 수조원 들어갔는데 언제쯤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쯤 되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오자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정량·정성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고, 학문 후속세대도 양성되고 있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광현 KAIST 총장 역시 "면목이 없다"면서도 "노벨상은 외국이 하던 것을 발전시켜서는 받을 수 없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 연구비를 주고 간섭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답변하는 이광형 KAIST 총장

이날 최민희 위원장이 지난 15일 걸그룹 뉴진스 하니의 국감 출석 현장을 촬영한 것을 두고 여야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특권을 이용해 팬심을 챙긴 것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는데, 최 위원장은 도리어 발언권을 빼앗았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이 "여기까지 와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항의하자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향해 "입 좀 닫으세요", "조용히 하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김현 의원이 위원장에게 박정훈 의원에 대해 경고 조처할 것을 요구하자 최 위원장은 "오늘은 과학기술에 집중해 질의하고 있는 만큼 정쟁을 최소화해야 한다. 저도 할 말은 많지만 줄이겠다"고 답했다.

발언하는 최민희 위원장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