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숨진 생후 18개월 저체중 아기는 출생 미신고 '유령아동'

연합뉴스 2024-10-17 16:00:41

지난해 4월 태어나 전수조사 대상자…당국 "출생 신고 강제 못해"

미등록 영유아 (PG)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에서 20대 친모의 방임으로 숨진 채 발견된 생후 18개월 된 아기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이른바 '유령 아동'을 없애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지만, 여전히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존재하는 것이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생후 18개월 된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녀를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처벌법상 영아유기치사)로 20대 친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사망 당시 저체중이었던 이 아기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았다.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문제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이른바 '유령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도, 여전히 출생 미신고 아동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당시 감사원은 출생 후 '임시신생아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대조해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들을 찾아냈고, 표본조사에서 '수원 영아 사망 사건'이 밝혀지자 미등록 아동을 전수조사했다.

임시신생아 번호는 아기가 태어난 의료기관에서 예방 접종을 위해 부여하는 번호로,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번호로 대체돼 기존에 등록된 인적 정보와 합쳐져 관리된다.

현재까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임시신생아 번호로만 남아있는 2010∼2023년생들에 대해 생존 여부와 범죄 혐의점 등을 확인한 상태다.

아동 학대 (PG)

이번에 숨진 아기는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으며, 생후 18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4월께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생 시기와 임시신생아 번호가 있는 점을 비춰봤을 때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실시한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숨진 아기는 여전히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관할 지자체인 해운대구는 "당시 아동의 안전과 범죄 노출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며 "전수조사 당시 친모가 해운대구에 살고 있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유령 아동'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 19일부터 의료기관이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출생 정보를 지자체에 자동으로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시행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법 시행 이전에 태어난 아기라 적용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국의 출생 미신고 아동을 내부적으로는 파악하고 있지만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 어렵다"며 "전수조사 이후 출생 신고되지 않은 아이에 대해 1년에 3회가량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생신고를 강제로 시킬 수 없어 부모들에게 신고를 꾸준히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출생 미신고 아동을 제도권에 진입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에 숨진 아동의 경우 어떠한 경위로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는지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psj1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