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산금정 압승에 계파간 아전인수…"한동훈 효과""尹정부 신뢰"

연합뉴스 2024-10-17 15:00:32

野단일화·김여사 이슈 넘고 예상밖 격차…'김영배 실언' 반사효과

친한 "'여당 내 야당 노선' 주효"…친윤 "텃밭 지켰을 뿐인데 오만"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최평천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이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예상 밖 낙승을 거뒀지만, 승리의 배경과 공과(功過)를 놓고 당내 계파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이 나온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는 전날 치러진 재보선에서 61.03%를 얻어 38.96%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22.07%포인트(p) 차로 이겼다. 이는 4·10 총선 당시 양당 후보가 이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 격차(13.25%p)보다 크다.

부산 금정은 국회의원 선거와 구청장 선거를 통틀어 민주당 계열 정당이 단 한 번밖에 승리하지 못해 여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권의 저조한 지지율에 김건희 여사 이슈, 야권 후보 단일화 등으로 박빙 양상을 보였는데, 투표함을 열어보니 넉넉한 차이로 '텃밭 수성'에 성공한 것이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여기에 '한동훈 효과'가 작용했다고 자평했다. 한 대표가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와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막판 총력 유세에 나서면서 지지층을 결집해 승리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신지호 전략부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이른바 '여당 내 야당 노선'을 공개적으로 명확하고 선명하게 표방했다"며 "전통적 지지층도 많이 동요하고 이탈, 침묵하는 분위기에서 한 대표의 자구책에 마음을 주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친한계 의원도 통화에서 "거리유세에서 느껴지는 '한동훈 효과'가 있었다"며 "당정 갈등 때문에 표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김 여사 이슈 등에 국민 눈높이에서 목소리를 내며 결을 달리한 게 오히려 선거에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여권 지지층에서) 대통령 때문에 선거가 어려워졌지만 한 대표가 구했다, 한 대표가 가려고 하는 방향이 맞다,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한 대표가 요구한 세 가지가 좀 먹혔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대표 축하 전화받는 윤일현

친윤(친윤석열)계는 윤석열 정부 후반기 국정 동력에 힘을 실어주려는 '텃밭' 지지층이 다시 한번 결집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 대표 역할론'을 평가절하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인천 강화, 부산 금정은 전통적으로 우리 당의 텃밭"이라며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잘했고, 선거 캠페인을 잘 벌였다"고 승리 요인을 꼽았다. 그러면서 "지도부도 나름의 역할을 해서 방어를 잘했다"고 덧붙였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야권의 탄핵 공세를 언급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나 믿음이 한 번 더 나온 결과다. 부산 시민들이 윤석열 정부가 남은 임기 절반 동안 일은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그동안 거의 뺏긴 적이 없는 보수의 강세 지역, 텃밭을 이겨놓고 '누구 때문에 이겼다', '우리가 잘했다'라고 말하는 건 국민이 보시기에 매우 오만해 보일 것"이라며 한 대표와 친한계를 겨냥했다.

전임 구청장 유고로 치러진 이번 보선을 두고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혈세 낭비'라고 발언한 것도 지역 표심을 자극해 국민의힘이 '반사효과'를 누렸다는 해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김 의원 발언 직전 실시한 내부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2%p 차이로 지는 결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