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주가조작 의혹' 김건희 여사 불기소…野 "특검으로 진상규명"

데일리한국 2024-10-17 14:29:55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17일 김 여사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김 여사가 해당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지 4년 6개월 만에 나온 판단이다. 김 여사는 명품 가방 수수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서 자유롭게 됐지만, 이번에도 '면죄부'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7일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공모, 방조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시세조종 가담 혐의에 대해 검토한 결과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회사 주가를 네 배 가까이 부풀렸단 의혹이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투자에 참여해 주식을 매매했는데, 권 전 회장의 주가조작에 연루됐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시세조종에 사용된 계좌는 총 6개다. 법원은 이 가운데 대신·미래에셋·DS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됐다고 봤다. 김 여사는 대신증권 계좌를 직접 운용했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의 단순 권유로 거래했을 뿐 시세조종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은 수사 결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에서 방조죄 유죄를 선고받은 전주 손 씨와 김 여사의 행동 양식도 달랐다고 설명했다. 손 씨는 주가조작 '선수'와 연락하며 편승 매매를 했지만,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을 제외한 선수와 연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김 여사의 어머니인 최은순 씨 명의의 계좌 1개가 권 전 회장의 차명계좌로 쓰이긴 했으나, 시세조종 행위와 무관하게 투자 목적으로 계좌를 빌려준 것으로 보고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김 여사는 이로써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서도 자유롭게 됐다. 하지만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김 여사에 대한 추가 의혹 수사 주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에 따라 두 차례 폐기됐던 '김 여사 특검법'도 야당의 재발의를 거쳐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누가 봐도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깊이 개입했다는 정황과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는데도 검찰은 무수한 증거와 정황을 철저히 외면했다"면서 "사법 정의를 특검으로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오늘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할 자격이 없음을 똑똑히 보여줬다"며 "국민께서 부여한 사법 정의 실현의 책임을 철저히 거부한 검찰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 이제 국민 누구도 검찰이 법 앞에 공정하다고 믿지 않으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 대변인은 "검찰의 면죄부 처분은 특검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검찰이 최소한의 사법 정의마저 외면한 지금, 특검만이 모든 진상을 규명할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김 여사와 관련한 특검법을 재발의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권이 이마저 거부한다면, 국민의 외면 속에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궐 선거가 끝나자마자 완벽한 면죄부를 줬다"며 "이제 특검의 필요성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검찰은 이 사건에서 검찰 내 '레드팀'을 꾸리면서까지 무혐의 결론을 냈다"며 "그건 반대편 역할을 하는 레드팀이 아니라 '짜고 치는 고스톱 상대'"라고 비꼬았다.

이어 "스모킹 미사일급의 정황·증거가 나오고 있고 국민의 심리적 탄핵을 넘어 법적 탄핵의 시간이 오고 있다"며 "특검 수사에서 구체적인 사실들이 나오면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은 무너질 것이다. 심판의 시간이 머지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