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금리인하 러시에 '확정이율 보험 출시'로 노 젓는다

데일리한국 2024-10-17 09:35: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미국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보험사들이 금리인하 관련 마케팅을 통해 고객 잡기에 나섰다. 확정형 고금리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보험사들은 금리가 높은 상품에 대한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하고 막바지 고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상품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사가 판매하는 고정금리 형태의 상품이 주목받고 있지만 업계에선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제공되는 금리 외에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3.5%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리면서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가 38개월 만에 끝났다. 금리 인하로만 보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장기간의 금리 긴축이 끝나자 이를 대비하려는 투자 수요층의 움직임 역시 바빠지고 있다. 통상 보험상품 이자율은 시장금리에 따라 매월 바뀌지만 '최저보증형 변액연금'과 '단기납 종신보험' 등 각 보험사의 확정이율 상품은 금리가 고정되면서 관련 상품을 가입하려는 고객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올 때부터 확정이율 상품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해 왔다"며 "기존 상품을 홍보하거나 금리 인하를 예상한 상품을 새롭게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트라이프가 출시한 '오늘의달러연금보험'. 사진=메트라이프생명. 메트라이프가 출시한 '오늘의달러연금보험'. 사진=메트라이프생명.

◇ 최저보증형 변액연금보험·단기납 종신보험 인기

메트라이프생명이 지난 8월 출시한 '오늘의달러연금보험'은 상품 가입 시점의 미국 회사채 금리(공시이율)를 향후 20년 동안 확정적으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상품에 가입한 날 공시이율이 4.7%라면 가입 후 금리가 하락해도 20년 동안 4.7%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이자율은 고정이지만 시장금리가 떨어질수록 실질 수익률은 더 높아져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상품이다.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이사는 "기존 상품 라인업에 메트라이프 뉴욕 본사의 글로벌 역량을 더한 다양한 달러보험 상품으로 고객 여러분들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저보증형 변액연금보험처럼 고정금리 형태의 상품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변액연금은 납부한 보험료를 펀드에 투자해 얻은 수익금이 최종 연금액이 되는 상품이지만 최근 보험사들이 출시하는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수익률과 상관없이 연 단리 금리를 보증해 주면서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불린다.

대표적으로 KDB생명의 '더!행복드림 변액연금보험'과 iM라이프(옛 DGB생명)의 '하이파이브(HighFive) 플러스 변액연금보험', IBK연금보험의 '연금액평생보증받는 변액연금보험' 등이 있다. 최근엔 하나생명이 연 단리 최대 7%를 보증하는 변액연금보험을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최저보증형 변액연금보험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면서 올해 2분기 생명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4560억원으로 전년 동기(1299억원)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단기납 종신보험도 금리 인하 시기 가입 적기 상품으로 손꼽힌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7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10년이 되는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최대 24%를 이자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 환급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쟁해 왔지만 최근엔 보장을 강화하는 식으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8월 기준 가장 높은 환급률이 5년납 124.3%, 7년납 124.8%에 달할 정도로 투자 상품으로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 금리 외 여러 부분도 고려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만 가지고 이러한 보험 상품들을 가입하기보다 연금지급률 등 제공되는 금리 외에 여러 부분을 고려해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기가 높은 최저보증형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연금액을 산정하는 데 상품별 기본지급률과 장기가산이율 등을 함께 계산하다 보니 이율이 높더라도 연금지급률이 낮다면 실제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도 자칫 연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돌게 되면 추후 원금 회수에만 그칠 수 있어 투자 가치를 잃을 가능성도 높다. 이자소득세 15.4%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비과세 혜택으로 절감되는 이자도 연간 기준 높지 않다.

해당 상품뿐 아니라 장기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가 보험 소비자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투자 역량 강화가 필수적인 만큼 투자처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실장은 "소비자의 노후 대비 자산 형성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해 실물 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오면서 고정금리 형태로 이율을 부과하는 상품이 인기가 있을 것이다"라며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지금 가입하는 게 전략적인 판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