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전 치안수장, 카르텔 동조 혐의로 미국서 38년형

데일리한국 2024-10-17 08:29:09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동부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 전 멕시코 치안 수장을 규탄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사진=EPA/연합)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동부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 전 멕시코 치안 수장을 규탄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사진=EPA/연합)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멕시코 전 치안 수장이 카르텔로부터 뇌물을 받으며 범죄를 눈감아 준 혐의로 미국에서 징역 38년형의 중형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 동부 연방지방법원 브라이언 코건 판사는 이날 뇌물·위증·마약 유통 등 5가지 혐의로 지난해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은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54) 전 멕시코 공공안전부(현재는 폐지) 장관에 대해 징역 38년 4개월(460개월)을 선고했다.

가르시아 루나는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이끌던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 범죄조직, 시날로아 카르텔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돈을 받고 2001∼2012년 미국 등지로 코카인을 비롯한 각종 마약을 유통하는 데 가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경찰 단속 정보를 사전에 시날로아 카르텔에 흘리거나 경쟁 조직에 대한 첩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가르시아 루나는 2001∼2005년 멕시코 연방경찰을 승계해 신설됐던 연방수사국(AFI·2009년 통폐합) 첫 국장을 지냈다.

이후 2006년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강력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신설한 공공안전부에서 장관을 맡아 2012년까지 임기를 수행했다.

이때 가르시아 루나는 미국의 마약 단속 담당자 및 정보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포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 검찰은 그에 대해 종신형을 구형했으나, 코건 판사는 "이미 그가 5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한 상태에서 터널 끝에 한 줄기 빛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미국 법원의 선고 공판 전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서 "(가르시아 루나 사례는) 멕시코에서 망각해서는 안 되는 범죄로, 이를 잊는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며 "선거 사기 논란으로 당선된 칼데론 전 대통령이 스스로 정당화를 위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인 만큼 (칼데론도)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총알 대신 포옹' 정책을 펼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마약범죄로의 유인을 차단하기 위한 복지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공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