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난 시험관시술 아버지"…해리스 "트럼프로 시험관 위기"(종합)

연합뉴스 2024-10-17 05:00:22

트럼프, 여성 유권자 타운홀미팅서 시험관시술비 지원 공약 내세워 여심 공략

'낙태권 보장 공약' 해리스 "트럼프 행동으로 여성 위태…말에 현혹되지 말라"

여성유권자 타운홀미팅 진행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강병철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을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의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IVF를 적극 찬성하는 입장임을 강조하며 여성 유권자 표심잡기에 나섰다.

그러자 낙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여성의 지지를 강화해왔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말에 현혹되지 말라"면서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방영된 폭스뉴스의 '포크너 포커스'의 타운홀미팅에서 "나는 IVF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IVF의 아버지이다"라면서 자신은 IVF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난임 부부를 위한 IVF 시술 관련 모든 비용을 정부 혹은 보험사에서 지불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낙태권 등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 대선에서 쟁점 이슈로 부각되자 IVF에 부정적인 보수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좌클릭' 행보를 보인 것이다.

전날 조지아주 커밍에서 녹화돼 이날 방영된 타운홀미팅은 여성 진행자가 진행하고 여성 청중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선 상대인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에서 한참 뒤처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앨라배마주의 판사가 IVF 클리닉이 불법이며 폐쇄해야 한다는 판결을 한 뒤 케이티 브리트 앨라배마주 상원의원이 전화를 걸어왔다"며 "나는 IVF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고, 2분 만에 이해했다. IVF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는 IVF를 위한 정당이고, 우리는 수정을 원한다. 민주당은 우리를 공격하려 시도했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더 IVF에 찬성한다.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에 대해서는 자신이 재임 중에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보수 우위가 된 연방대법원이 지난 2022년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한'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을 소개하면서 이젠 주(州) 차원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낙태권) 문제는 52년 동안, 이 나라를 분열시켰다. 그래서 각 주로 (결정권이) 돌아왔다"면서 "(각 주에서) 주민들의 투표가 있을 것이고 그 시스템을 통해 (결정돼) 작동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옳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과 대화하는 해리스 부통령

이에 대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유세차 펜실베이니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 발언이 상당히 괴이(bizarre)하다고 본다"면서 "만약 트럼프가 자신을 IVF의 아버지로 부른 것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면 트럼프는 미국 여성 3명 중 1명이 트럼프 낙태금지법 아래 살고 있는 사실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IVF 시술이 위기에 처하면서 가족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커플들이 실망하고 피해를 보고 있는 사실에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그가 대법관 3명을 직접 선택하고 그들이 '로 대 웨이드'(연방 차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를 폐기하면서 전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의 말에 현혹돼선 안 된다"면서 "그의 행동이 이 이슈에서 미국의 여성과 가정에 매우 해롭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 능력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그와 긴밀하게 같이 일했던 사람들조차 그가 심지어는 대통령이었을 때도 미국 대통령직 수행에 부적합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낙태 이슈는 경제, 불법이민 등과 함께 3대 쟁점 이슈다.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이후 대선이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연방 차원의 낙태권에 대한 입법을 강조하면서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경제, 이민 이슈 등에서 유권자에게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문제에서는 열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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