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기관 독립성 훼손 중단해야" vs "의료인력 공급 중요해"(종합)

연합뉴스 2024-10-17 00:00:48

의평원, '의대 불인증' 때 1년 이상 보완기간 주는 입법예고 철회 촉구

교육부 "의평원 인증 결과, 국시 자격과 연계…책무성 강화 필요"

입장문 발표하는 안덕선 의평원장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최근 교육부 입법 예고에 대해 "평가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그 어떤 조치도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반발했다.

반면 교육부는 의평원의 평가·인증 업무에 공정성과 책무성을 확립하고, 예측 가능한 의료인 배출을 위해서라도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평원은 16일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금과 같이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의평원이 불인증 하기 전에 의대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입법 예고했다.

의평원과 같은 인정기관이 평가·인증 기준을 바꿀 때 교육부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인정기관 공백기에 기존 평가·인증 유효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의평원은 2004년 의학 교육계가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기관으로, 의대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업무를 한다.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교육부로부터 인정기관으로 지정받아 교육부의 지도·감독을 받기도 한다.

의평원은 모든 의대를 대상으로 2년이나 4년, 6년 주기로 평가 인증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입학정원의 10% 이상 증원된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2025학년도부터 6년간 매년 '주요변화 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

2025학년도 의대 평가 기준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학들은 의대 인증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인증이 취소되는 대학이 생기면 정부가 의도한 만큼 의대 정원이 증원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인증이 취소될 경우 재학생들은 의사 국가시험 자격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입법 예고는 사실상 의평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됐다.

의평원은 교육부 입법 예고에 대해 "평가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교육부 개정안은 평가기관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이해 관계자의 이익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평가 인증 자체를 훼손하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평원은 의대 교육 여건과 질을 확인하고 사회에 알릴 책무가 있으며, 모든 의대는 제대로 된 교육 여건을 갖춰야 한다"며 "의학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의평원의 활동은 어떤 감언이설로 포장된 명분으로도, 부당한 외부 압력에 의해서도 훼손되거나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평원은 또 "이번 교육부 개정안은 실력 있는 의사를 배출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의료계의 대국민 약속 실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점철됐다"며 "입법예고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의평원 평가 인증 결과가 국가시험 응시 자격과 연계된 만큼 그에 맞춰 의평원의 공적 책무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평원이 인정기관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존중하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의평원과 같은) 인정기관은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 아니고, 인정기관으로서 공정하게 인증해야 하는 책무성이 있다"며 "이번 입법 예고는 의평원뿐 아니라 전체 인정기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의평원의 '주요변화 평가' 계획서에 대해서도 사후 심의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의평원 등 인정기관은 평가·인증의 기준·방법·절차 등을 변경할 경우 결정 후 일주일 내에 교육부 장관에게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의평원의 주요변화 평가 기준을 교육부가 사후 심의해 대학들의 평가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시정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평원의 주요변화 평가 계획에 대한) 대학 의견을 조회해 이를 참고해 심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달 말에 의평원에 (사후 심의) 최종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