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의원 "산림청, 산지관리 실패 숨기려 산사태 피해 축소"(종합)

연합뉴스 2024-10-16 18:00:22

"감사원·행안부도 산사태라는데 산림청만 '토사유출'이라고 우겨"

산림청장 "인명사고 시 책임소재 있어 토사유출·산사태 구분…통합시스템 마련할 것"

산사태 피해지 점검하는 산림청장(왼쪽에서 세 번째)

(대전=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지난 4월 감사원이 발표한 산사태 대비 감사보고서에서 집계한 산사태 인명피해의 절반에 대해 산림청이 산사태 피해가 아니라고 부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해 인명피해 산사태 발생 건수가 7건, 인명피해가 13명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감사원 산사태 대비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인명피해 산사태는 13건이며, 사망자는 26명이다.

산림청의 발표보다 배가량 많은 것이다.

감사원에는 집계됐지만 산림청에서 집계되지 않은 6건의 산사태에 대해 산림청은 산사태가 아니라 '토사유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감사원 집계보다 2건이 많은 15건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했다.

연구원에서 추가한 건은 청주시 남이면 석판리와 세종시 연동면 송용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다.

산림청은 2022년 가리왕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마저 부정하고 있다고 임 의원은 지적했다.

당시 남성현 산림청장이 현장점검에 나섰다고 보도자료까지 작성했다.

'남성현 산림청장, 가리왕산 산사태 피해지 현장점검 나서'란 제목의 보도자료에는 청장의 현장점검 사진까지 첨부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된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슬로프에서 집중호우로 산사태(1만7천600㎡)가 발생해 배수시설과 하류의 침사지 등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지난달 초 산림청은 '2018년 이후 2024년까지 산사태 발생 건수'를 묻는 임미애 의원실의 서면질의에 '위 기간 산사태 발생 내역 없음'으로 답변했고, '토사유출 4건'만 발생했다고 답변서를 제출했다.

임 의원실이 산림청에 확인한 결과 산림청의 산사태와 토사유출의 구분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었다.

농경지 또는 도로시설 경사면 붕괴 등은 산지 정상에서 붕괴하는 산사태와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림청이 과수원 지반 붕괴가 원인이라며 산사태가 아닌 '토사유출'이라고 구분한 경북 예천 효자면 백석리의 산사태 발생 원인에 대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산지 정상부에서 토층 붕괴로 시작된 토석 이동이 과수원 지반을 붕괴시키며 이동해 마을을 덮친 산사태'라고 분석했다.

산림청 국감서 질의하는 임미애 의원

임 의원은 "산림청이 법적 근거도 없는 용어를 사용해 산사태 피해를 축소하려는 것은 산지관리 실패 책임을 은폐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림청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인명사고가 났을 때 책임소재 문제가 있어 토사유출과 산사태를 구분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토사유출과 산사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임 청장은 이어 "산사태로 돌아가셨거나 피해를 본 유가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공개 사과했다.

sw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