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히로시마' 합천에 원폭 피해자 추모시설 건립되나

연합뉴스 2024-10-16 17:00:31

군, 추모시설 건축 용역…한국인 피폭자 10만명 중 70% 합천 출신

원폭피해자협회 "한국인 희생자 기릴 제대로 된 추모비조차 없어"

74주기 원폭 희생자 추도식

(합천=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최근 일본 피폭자 단체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인 원자폭탄(이하 원폭) 피해자 단체도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에 원폭 피해 추모시설이 들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합천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군청에서 원폭 피해자 추모시설 건축기획 용역 현장 보고회가 열렸다.

군과 보건복지부, 국내 원폭 피해자 단체 등이 이 자리에 참석해 앞으로 조성될 원폭 피해자 추모시설 건립에 대해 논의했다.

현장 보고회에서 추모시설 건립은 합천읍 영창리 443번지 일대에 총사업비 59억2천600만원을 들여 총면적 600㎡ 규모의 추모관과 추모비, 추모광장을 짓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기존 원폭 피해 관련 시설인 원폭복지회관과 원폭 자료관 등과 연계하는 복합 공간을 조성하는 계획도 제시됐다.

군은 올 연말까지 추모시설 설계 공모를 거쳐 구체적인 사항을 확정하고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6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추모 공간은 원폭 피해자 2세로 생전 탈핵·인권 운동을 하다 숨진 고 김형률씨 추모비와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뒤편에 자리한 위령각 등이 전부다.

이 위령각마저도 공간이 협소해 앞으로 몇 년 지나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패를 추가로 안치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심진태(81)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니혼히단쿄가 활동하는 일본에는 원폭 희생자를 추념할 수 있는 평화공원도 이미 두 곳이나 있다"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도 적지 않은데 국내에는 지금까지 이를 기릴 제대로 된 추모비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원폭 피폭 현황 자료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일본 내무성 경보국 발표를 바탕으로 만든 자료에 따르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두 지역에서 발생한 피폭자는 전체 약 74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한국인 피폭자는 약 10만명으로 70∼80%가량이 합천 출신이다.

합천이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이유다.

원폭 피해자 1세이기도한 심 지부장은 "합천에 추모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나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한국인 원폭 피해를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원폭 피해자 1세 1천600여명이 생존해 있고 이 중 252명이 합천에 거주한다.

군 관계자는 "추모시설 공원이 빨리 착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폭 피해자 추모시설 건축기획 용역 현장 보고회

jjh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