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실적 쇼크에 '반도체 겨울론' 재점화…"시장 회복 더뎌"

연합뉴스 2024-10-16 17:00:30

내년 매출전망 하향 조정…삼성·인텔 등 고객사 설비투자 둔화 영향

기존 IT 수요 침체에도 AI 수요는 폭증…반도체 시장 '양극화' 심화

ASML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이 부진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겨울론'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한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모두 ASML 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ASML의 실적 전망은 곧 글로벌 반도체 업황 풍향계로 통한다.

◇ ASML 주가 16% 폭락…반도체 업황 전망 '급랭'

15일(현지시간) ASML은 2025년 매출이 300억∼350억유로(약 327억∼38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ASML이 앞서 제시한 매출 목표치는 물론 시장 전망치인 358억유로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ASML의 지난 3분기 예약 매출은 26억유로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56억유로를 크게 밑돌았다.

이 같은 '실적 쇼크' 여파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ASML 주가는 16.26% 폭락했다.

네덜란드 ASML 본사

실적 전망 하향 조정과 관련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의 강력한 발전과 상승 잠재력 지속에도 다른 시장은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며, 이는 내년에도 계속돼 고객의 신중한 태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고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 ASML 장비를 사용하는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을 가리킨다.

ASML의 부진한 실적 전망은 곧 고객사의 설비 투자 둔화 가능성을 뜻한다.

특히 ASML 매출에서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인텔이 최근 잇따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어 ASML 실적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또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이어 네덜란드 정부가 ASML의 최신 반도체 장비 2종의 중국 수출 통제에 나선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ASML은 지난 2분기 기준 49%인 중국 매출 비중이 내년에는 2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삼성전자도 부진…'AI 붐' 수혜 업체는 최대 실적

ASML에 앞서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잠정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9조1천억원으로, 7개 분기 만에 10조원을 넘은 2분기(10조4천4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 또 10조원대였던 시장 전망치도 밑돌았다.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전 분기 6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감소했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정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스마트폰과 PC 등 전방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주력인 범용 D램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영향이 크다.

또 AI 열풍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아직 삼성전자 실적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처럼 기존 범용 메모리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는데 AI 반도체는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하는 모습이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도 이번에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의 경우 HBM과 DDR5 등 AI 관련 수요를 지원하는 기술 전환에 집중하고 있어 용량 추가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AI 반도체 붐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꼽히는 엔비디아, SK하이닉스, TSMC 등은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HBM 강자' SK하이닉스는 이번 3분기에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 실적이 유력하다.

현재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7천억원대로,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을 추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생산하는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도 AI 수요에 힘입어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최근 발표했다.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36.5% 증가한 236억2천200만달러(약 31조8천660억원)로, LSEG 시장 전망치 233억3천만달러를 웃돌았다.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