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이어온 사리 신앙…포항 보경사 오층석탑, 보물 됐다

연합뉴스 2024-10-16 10:00:28

자물쇠·문고리 조각 선명…"고려 전기 석탑 특징 잘 나타나"

탑신부에 새겨진 문비형 및 자물쇠 문양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부처의 가르침을 기리며 1천년 역사 속에 우뚝 서 있는 포항 보경사의 석탑이 보물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보경사 적광전 앞에 서 있는 석탑은 높이가 약 4.6m에 이르는 탑이다.

단층으로 된 기단 위에 탑의 몸돌(탑신석·塔身石)을 5층으로 올렸고, 지붕돌 역할을 하는 옥개석(屋蓋石)을 뒀다. 탑 꼭대기에는 사발 모양의 돌로 장식했다.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 상륜부

이 탑은 고려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명대사 유정(惟政·1544∼1610)이 1588년 지은 '내연산보경사금당탑기'(內延山寶慶寺金堂塔記) 기록에는 1023년에 사찰에 탑이 없어 5층 탑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푸른빛을 띤 응회암, 즉 청석(靑石)으로 탑을 조성했다고 한다.

보경사 오층석탑은 탑에 새겨진 독특한 문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탑의 1층 정면에는 문비형(門扉形)과 자물쇠, 문고리 조각이 표현돼 있다. 문비형은 문틀이나 창틀에 끼워 여닫는 문이나 창의 한 짝을 형상화한 것이다.

보물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

이런 문양은 석탑 내부에 사리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사리는 불교에서 참된 수행의 결과로 생긴다고 여기는 구슬 모양의 유골로, 통일신라 석탑과 승탑에서 시작돼 고려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사리 신앙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지붕돌 아래에 물이 탑의 몸쪽으로 흐르지 않도록 파둔 홈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홈은 1010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등에서 확인되는 형태로, 통일신라부터 11세기까지 이어진 고려 전기 석탑의 특징으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은 "조성 시기에 대한 기록이 명확하고, 11세기 석탑의 전형적인 조영 기법과 양식 등이 잘 나타나 있어 역사적, 학술적으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보물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