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잘 나가던 'K-건설', 올해 목표 달성 ‘빨간불’

데일리한국 2024-10-16 09:50:42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 공단 전경. 사진=GS건설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 공단 전경. 사진=GS건설 제공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정부가 제시한 올해 해외건설 수주 400억달러 달성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를 3개월 남짓 남겨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가 목표치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서다.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국내 297개 기업은 해외 90개국에서 211억1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0.3% 감소한 것으로, 정부 목표치인 400억달러의 절반을 약간 넘는 액수다.

지역별로는 중동에서 산업설비 수주가 대거 이뤄지며 전체 해외 수주의 57%를 차지했다. 3분기까지 중동 산업설비 누적 수주액은 119억4000만 달러 규모로, 지난해 동기보다 49.5% 증가했다.

주요 프로젝트는 △사우디 파딜리 가스 프로젝트 PKG 1·4(60억8000만달러), PKG 2(12억2000만달러) △카타르 알 샤힌 유전 고정식 해상플랫폼(11억5000만달러) △사우디 화학 플랜트 4건(10억5000만달러) △UAE 아즈반 태양광 발전(1억9000만달러) 등이다.

이에 반해 국내 해외건설 수주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아시아와 북미·태평양 지역에서는 수주 실적은 크게 줄었다.

아시아 지역(14.1%)은 토목‧산업설비 공사 감소 영향으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아시아 지역의 1∼3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2020년 79억2000만달러에서 2021년 78억7000만달러, 2022년 91억9000만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46억8000만달러, 올해 29억8000만달러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태평양지역 수주액도 26억7300만 달러에 그쳤다. 전년(74억2200만 달러) 대비 약 64%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 2022년 8월 발효된 미국의 감축법(IRA)과 칩스법(CHIP) 등의 영향으로 국내 제조사의 신규 발주가 줄어든 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해외건설협회 측은 “국내 제조사의 미국 내 자동차·배터리·반도체 등 공장 건설은 지난 2021년 9억4000만달러에서 2022년 29억4000만달러, 2023년 91억2000만달러로 늘었지만, 올해 1분기 14억달러, 2분기 7억6000만달러, 3분기 3억달러 등 총 24억7000만 달러를 수주해 전년 같은 기간(69억4000만 달러)의 약 1/3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유럽 지역은 24억43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11억6400만 달러) 대비 이미 2배를 뛰어 넘었다. 다만 중남미·아프리카 지역은 수주 활동이 위축되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연초 정부가 발표한 해외수주 목표액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해외수주 목표를 400억달러로 잡고, ‘원팀 코리아’를 앞세워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3분기 누적 실적이 현재 목표치의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한 현실에서 남은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목표 달성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계속되는 고물가 기조도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기상도를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3년새 늘어난 미수금도 해외 사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사업 미수금 규모는 지난 2021년 12억달러에서 2022년 13억5600만달러, 2023년 13억6300만달러로 점차 불어나고 있다.

박 의원은 “해외건설 미수금 증가는 어려운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건설사의 해외사업 수주 관련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고물가 지속,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선거 결과에 따른 영향 등은 향후 해외건설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며 “해외수주 목표 달성을 위해선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역량을 통한 지속 가능한 수주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