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회복 희망사항은 같지만...'0.25%p 베이비컷'에 제2금융권 셈법 복잡

데일리한국 2024-10-16 08:05:0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소폭(0.25%) 내리는 '베이비컷'을 단행한 가운데 제2금융권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로 자본은 감소하는 반면 부채는 증가하는 보험 업계는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지만 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은 조달·금융 비용 하락 효과를 통해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3.5%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리면서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가 38개월 만에 끝났다. 금리 인하로만 보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으며 외환시장 위험도 다소 완화돼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다"며 "실질금리가 높아 내수가 회복돼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올해 추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이러한 베이비컷 단행을 썩 반기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하락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보험사의 채권들은 금리 인하 영향을 받게 됐고 순자산가치 감소로 연결되며 자본비율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 22곳 가운데 73%인 16곳의 킥스가 지난해 말 대비 하락했으며 손해보험사 19곳 중 12곳(63%)도 같은 기간 킥스 수치가 떨어졌다.

보험사의 또 다른 먹거리인 투자 수익 역시 금리 인하 영향을 받으면서 향후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 운용자산 특성상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 변동성 역시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실제 국채 10년물 금리가 1.8%p 하락하면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은 생보사의 경우 1.5%p, 손보사는 0.6%p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 자체가 채권에 대한 비중이 높다 보니 금리가 떨어지면 영향이 크다"며 "IFRS17 도입 이후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돼 금리가 떨어지면 부채가 자산보다 더 많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금리 인하로 여유 찾은 카드·캐피털·저축은행

반면 카드·캐피털 업계와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금리 인하로 여유를 찾은 모습이다. 특히 높은 조달 금리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차환을 이어가던 카드·캐피털 업계는 기준금리 인하가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 인하로 이어지면서 운영자금 확보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운영자금을 시장 조달에 의존하고 있어 여전채 발행 금리가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여전채 금리(AA+ 등급 3년물)는 지난 10일 기준 3.38%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4.88%) 대비 1.5%p 떨어져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간 크게 불어난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과 실질연체율 관리 등 건전성 관리는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는 최소 수개월은 지나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선반영된 부분까지 생각하면 아직까진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캐피털사 역시 조달 만기구조가 단기화돼 있어 금리 상승 국면마다 수익성 저하가 거듭 나타났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분이 조달 금리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자 비용 부담 경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위기를 맞은 저축은행 업계도 장기적으로 건전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조달 비용이 적어지고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영업 환경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 역시 저축은행에겐 호재다.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 부실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에 속도가 붙어 PF 구조조정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것.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과 부실채권 등 리스크가 크지만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이 이어지면 그간 악화됐던 실적이 회복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