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송령이골 해원상생굿'…"이념도 모두 풀려나가길"

연합뉴스 2024-10-16 00:00:54

제주큰굿보존회 집전으로 26일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서

'송령이골 해원상생굿' 포스터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민예총은 4·3항쟁 76주년 4·3예술축전의 하나인 찾아가는 현장 위령제로 '송령이골 해원상생굿'을 한다고 15일 밝혔다.

송령이골은 1949년 1월 12일 일명 '의귀리 전투' 과정에서 사망한 무장대의 시신이 집단 매장된 곳이다.

당시 의귀국민학교에 주둔한 군 2연대와 무장대가 교전하는 과정에서 군인 4명이 전사하고 많은 무장대가 사망했다.

군인들은 무장대와의 교전 이후 중산간을 헤매다 잡혀 와 학교에 수용됐던 주민 80여명을 학교 뒷밭으로 끌고 가 집단 학살했고, 이후 마을 주민들은 시신을 합장해 '현의합장묘'라는 비석을 세웠다.

무장대의 시신은 한동안 방치되다가 인근 송령이골에 봉분도 없이 가매장되었고 오랫동안 잊힌 채 방치됐다.

2004년 5월 도법 스님의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이곳을 찾아 표지판을 세운 이후 지금까지 뜻있는 이들이 관리해왔다.

제주민예총은 "무장대였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망각을 강요당했던 그들의 죽음도 역사의 한 부분이자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비극"이라고 평했다.

이어 "죽어서 이름조차 얻지 못한 그들의 죽음을 위무하고, 이데올로기의 잣대가 여전한 제주 4·3의 오늘날의 금기를 굿의 의례로 해원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송령이골 해원상생굿은 제주큰굿보존회가 집전한다.

민간 국악관현악단 더불어숲이 연주와 민중가수 최상돈의 노래, 전통예술단 광대패모두골 대표인 춤꾼 신애자의 춤, 몽골 마두금 연주자 문키히진의 연주 등이 이어진다.

4·3 광풍을 피해 일본에서 살다 세상을 떠난 김동일 할머니를 기리는 '억새와 해바라기'라는 시도 낭송된다.

제주민예총은 "76년 전 제주 땅에서 일어난 4·3을 이념적 잣대가 아니라 죽음 앞에서는 한때의 이념도 모두 해원의 대동으로 풀려나가길 바라는 의미에서 송령이골 해원상생굿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