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지교' 박재홍·한재민 "대화하듯 편하게 연주할게요"

연합뉴스 2024-10-16 00:00:53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실내악 협연…"관객 위로하는 마음으로 공연"

피아니스트 박재홍(왼쪽)과 첼리스트 한재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재홍이 형과 함께 연주할 때는 항상 편한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었어요."

"재민이가 내는 첼로 소리를 더 잘 듣고 싶어서 제 피아노 소리를 줄이기도 해요. 그래서 재민이가 저를 편하게 생각하나 봐요,"

'한국 클래식의 차세대 주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25)과 첼리스트 한재민(18)이 오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4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공연에서 선율을 맞춘다. 일곱 살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온 두 연주자가 처음으로 협연하는 일반관객 대상 연주회다.

첼로를 중심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협연하는 이번 공연의 호스트인 한재민이 직접 박재홍을 선택했다. 한재민은 공연을 보름 앞둔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재홍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존경하는 형이자 연주자"라면서 "음악적으로 배울 부분이 너무 많은 형이라서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답변을 듣고 있던 박재홍도 취재진에게 한재민에 대해서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함께 연주하자는 한재민의 요청을 즉석에서 흔쾌히 수락했다"면서 "비공개 연주회에서는 함께 연주한 경험이 많은데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연주회에서는 이번이 첫 협연"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박재홍

두 사람은 헝가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슈토프 버라티와 함께 실내악 형식으로 공연할 예정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트리오 엘레지 1번'과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트리오 4번',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를 연주한다.

한재민은 "10월이라는 날짜와 계절을 고려해 관객을 위로하는 의미가 담긴 3개의 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서 "3곡 모두 누군가를 추모하는 형식과 마음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홍도 "처음에는 너무 슬픈 분위기의 곡들로 프로그램을 짠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위로의 의미가 있다'는 한재민의 설명을 듣고 바로 동의했다"면서 "언어로 표현하지 않고 음악으로만 대화하는 느낌의 공연이 될 것 같다"고 거들었다.

두 연주자는 첼로가 중심이 되는 이번 공연에 대한 각자의 생각도 스스럼 없이 드러냈다.

박재홍은 "피아노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첼로 연주를 했을 것 같다"면서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은 첼로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재민은 "첼로는 사람이 노래하는 목소리를 내는 등 매우 광범위한 색깔과 매력을 가진 악기"라며 "첼로 말고는 생각해 본 악기는 없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한재민

사석에서 만나면 몇시간이고 치열한 음악 토론을 벌인다는 박재홍과 한재민은 이날 간담회에서 서로의 음악 철학을 공유하기도 했다. 두 연주자 모두 클래식 연주자는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음악을 대해야 한다는 소신에 동의했다.

박재홍은 "저희와 같은 연주자들은 위대한 작곡가들의 유산이 없었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래서 항상 낮은 자세로 연주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민도 "수백 년 동안 유지된 클래식은 앞으로 500년이 흘러도 그 본질과 가치를 그대로 지니고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클래식 앞에서는 항상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