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이전' 공방…野 "감사원 회의록 내야" 與 "독립성 훼손"(종합)

연합뉴스 2024-10-16 00:00:31

野 "감사대상 축소 '부실·은폐 감사'…대통령실 대변인인가"

與 "월성원전 회의록 제출 막았던 건 민주당…여론재판 하려는 것"

질문에 답하는 최재해 감사원장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5일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대통령 관저 이전 비리 의혹' 감사와 관련한 감사원의 회의록 제출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야당은 감사원이 '부실 감사'를 했다며 회의록 제출을 거부하는 감사원을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안보 이슈라고 하는데 지나가던 코끼리가 코웃음 칠 일이다. 이것은 부패 이슈"라며 "그것을 감사원이 감사했음에도 (민주당 의원인)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감사할 때와는 정반대의 태도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이 감사는 국민감사청구로 이뤄진 것인데 막상 감사원은 감사 대상을 축소했다. 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혹이 빠졌다"며 "감사원이 은폐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 국회 차원에서 재감사 청구 의결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성윤 의원은 "대통령 관저를 왜 용산으로 이전했는가는 이 의혹의 머리고, 이전에 누가 관여했는가가 몸통"이라며 "감사원은 머리와 몸통을 빼놓고 발가락만 감사했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이전 공사 과정에 위법이 있으면 관련자들을 고발하고 수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의록을 보자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불법을 감싸는 감사원은 대통령실 대변인이냐"고 따져 물었다.

업무보고하는 최재해 감사원장

여당은 민주당의 자료 제출 압박은 '보복 감사'라며 관례대로 내부 회의록 제출 요구는 자제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법사위 국감이 강압 국감, 보복 국감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2020년 10월 문재인 정부 때 월성원전 감사회의록 공개를 막았던 게 바로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감사위원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토의가 다 공개된다면 감사원의 업무 수행은 심대한 방해를 받게 된다"며 "더구나 관저와 관련된 내용은 안보 이슈와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의록에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야당과 관련된 이슈도 많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은 "감사결과보고서를 봤는데 절차와 법령 규정 위반에 대해 모두 지적했다"며 "결국 회의록을 본다는 것은 감사위원 중에 (민주당과)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들을 색출하고 언론에 공개해서 여론 재판을 받게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동혁 의원도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회의록 비공개"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감사원의 자료 제출 거부가 계속되자 오는 24일 오후 3시 감사원에서 국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감사원에서 당시 회의록을 '검증'하는 내용의 계획안도 의결했다.

여당은 반대표를 던졌으나 의석수 부족으로 가결을 막지 못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회의록은 사실 받아 봐도 별로 의미가 없는 게 많다. 난장토론이기 때문"이라며 "무리한 현장 검증은 감사원 직무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답변하는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

최재해 감사원장과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문답을 주고받다 실랑이가 이는 과정에서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발언권을 얻지 않고 끼어들면서 한동안 소동이 일기도 했다.

정 위원장이 최 원장과 장 의원을 향해 "두 분 지금 UFC 합니까? 말싸움하러 나왔습니까"라고 지적하자, 이를 듣던 최 사무총장이 "이렇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리 지르지 마세요"라고 발언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의 최 사무총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사무총장을 퇴장시키고 국회 모욕죄로 사무총장을 고발해야 한다"고 했고, 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저 사무총장에게 전염됐다"고 비난했다.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최 사무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이에 최 감사원장이 대신 사과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