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식었나… ‘정몽규 나가’는 사라졌다 [현장메모]

스포츠한국 2024-10-15 21:57:54

[용인=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9월5일 팔레스타인전과 이번 이라크전 사이에는 40일의 시차가 있다. 40일 사이 많은 것이 변했나보다. 40일전만해도 ‘정몽규 OUT’, ‘홍명보 나가’ 등의 팻말이 보인건 물론 관중들이 이를 외친 모습이 크게 화제가 됐다.

하지만 40일이 지나니 누구도 나서지 않고 ‘대한민국’이라고 응원하는 목소리만 들렸다.

김민재의 당부 때문인지, 좋은 결과 때문인지, 아니면 ‘인기가수’ 박재범까지 와서인지 40일전과 사뭇 다른 A매치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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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15일 오후 8시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4차전 이라크와의 홈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한국은 1차전 팔레스타인(홈) 상대 0-0 무승부, 2차전 오만(원정) 3-1 승, 3차전 요르단(원정) 2-0 승, 4차전 이라크(홈) 3-2 승으로 총 10차전까지 진행되는 3차예선에서 3승1무의 호성적으로 40%를 마치게 됐다.

전반 41분 황인범이 중앙선 중앙 오른쪽에서 오른쪽으로 전방패스를 찔러줬고 설영우가 그대로 박스안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 진입해 낮은 크로스를 했다. 수비 맞고 굴절돼 뒤로 넘어간 이 크로스를 배준호가 잡았고 배준호가 오른발로 문전에 오세훈에게 내주자 오세훈은 그대로 왼발 슈팅으로 이날 경기 양팀 통틀어 첫 유효슈팅을 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5분만에 실점했다. 오른쪽에서 상대 개인기에 농락당했고 오른쪽 크로스가 올라오자 어떤 수비도 마크하지 못한 아이만 후세인이 일명 ‘오버헤드킥’으로 멋진 동점골을 넣었다. 후세인은 올 초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골을 넣은 이라크 핵심 공격수인데 설영우나 조유민 등 가까이 있던 어떤 수비도 순간적으로 마크하지 못했다.

지난 10일 요르단 원정에서도 교체로 들어와 A매치 데뷔골을 작렬시켰던 저돌적인 공격수 오현규가 또다시 교체로 일을 냈다. 후반 14분 교체투입됐던 오현규는 후반 29분 다시 2-1로 앞서는 골을 넣은 것. 오현규와 함께 투입된 문선민이 왼쪽 돌파를 한뒤 박스 안 왼쪽 골라인 앞에서 넘어지며 크로스했고 수비에 막혔지만 이재성이 그대로 재차 다시 왼발 컷백 패스를 하자 문전에 있던 오현규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38분 왼쪽에서 이명재가 왼발 크로스를 올리자 이재성이 문전에서 몸을 날려 다이빙 헤딩골을 꽂아넣었다. 

이라크는 후반 추가시간 5분 이브라힘 바예시가 코너킥에서 헤딩골을 넣었지만 더 따라갈 시간이 부족했고 한국이 3-2로 승리했다.

40일전 A매치 홈경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팔레스타인전만 해도 홍명보 감독 선임 이후 첫 경기였고 공정치 못한 선임과정에 국민적 공분이 컸다. 그러다보니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주도해 ‘정몽규 나가’, ‘홍명보 나가’ 등의 목소리가 들렸고 ‘정몽규 OUT’과 같은 팻말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은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둬서일까. 아니면 팔레스타인전 종료 후 수비수 김민재가 응원단인 붉은악마에게 다가가 비난을 삼가줄 것을 당부해서일까. 그게 아니라면 6만명이 들어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35195명만 수용된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바뀌어서일까. 40일만에 다시 있게 된 A매치에는 그 어떤 대한축구협회 비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대한축구협회는 하프타임 15분 휴식동안 ‘인기가수’ 박재범의 공연까지 준비해 관중들의 흥이 오르게 만들었다.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도 대표팀을 응원하는 구호들을 연호해 관중들이 자연스럽게 응원할 수 있게 독려하기도 했다. 2-1로 앞서가는 골이 터진 이후인 후반 32분경에는 파도타기 응원까지 이어지며 즐기는 장이 됐다. 이재성의 쐐기골까지 터지자 경기장에는 응원가인 ‘승리를 위하여’가 흘러나오며 모든 관중들이 따라부르기도 했다. 경기 막판에는 휴대전화 라이트를 모두가 켜 불빛 응원을 했다.

40일전과 다르게 이날 경기는 경기 종료까지 대표팀을 응원하고 경기 관람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40일만에 사뭇 달라진 대표팀 경기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