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피해자였다…노벨상 '히단쿄'처럼 日서 피폭 알린 동포들

연합뉴스 2024-10-15 17:03:54

사망자 4만·생존자 3만명 피해…위령비 세우고 일본인·동포 대상 반핵활동 펼쳐

日 '히단쿄' 노벨상 수상에는 "기쁘고 고마워…함께 평화 호소 계속할 것"

"한국인 피폭자, 日에서 이중 차별 아픔…동포 피폭 관련 활동 韓교과서에 실리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핵무기 참상을 알려온 일본 피폭자 단체인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난주 선정되면서 역시 원폭 피해자인 재일 한국인들이 펼쳐 온 피폭 관련 활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니혼히단쿄는 일본인이 중심이 되는 지역별 풀뿌리 운동 단체여서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인 자격으로 가입한 한국인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을 당시 두 도시에는 적지 않은 한국인이 거주했고, 그들도 일본인처럼 피폭됐다.

주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피해자는 사망자 약 4만 명, 생존자 약 3만 명 등 7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 생존자 수는 2천 명 정도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한국인 피폭자 관련 활동을 해온 관계자들은 니혼히단쿄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핵의 무서움을 알리고 평화를 호소해 왔다"며 "기쁘고 고마운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재일 한국인들은 니혼히단쿄와는 별도로 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히로시마현, 나가사키현 지방본부를 중심으로 피폭 관련 활동을 자발적으로 각각 해 왔다.

두 지역 중에서는 히로시마현에서 피폭 관련 활동이 더 활발한 편이다.

문정애 민단 히로시마본부 사무국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014년 별세한 강문희 선생님이 계실 때 노벨상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수상 시기가 조금 늦은 것 같다"며 "강 선생님이 한국인 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헌신적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문 국장은 "한국인 피폭자는 일본에서 이중 차별을 받았고, 다수가 피폭 사실을 숨겼다"며 "히로시마 지역 동포들이 힘을 합쳐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추도하는 위령비를 세우고 피폭자를 지원해 왔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 민단은 지난 1970년 높이 5m인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설립했다. 이 비석은 본래 원폭을 상징하는 장소인 평화기념공원 바깥에 있었으나, 1999년 7월 공원 안쪽으로 이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히로시마를 찾았고,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와 함께 이 위령비를 참배했다. 한일 양국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방문해 공동 참배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히로시마 민단은 2016년 '한국인 원폭피해자 70년사 자료집'을 펴냈고 일본 학생이나 동포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피폭자 증언 행사도 개최했다.

문 국장은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고 한국이 비핵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회도 계속해서 열었다"며 "히로시마 교포들의 이러한 노력이 한국 교과서에 기술되면 좋겠다고 희망해 왔는데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2021년 한국인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

나가사키에서는 1994년부터 동포들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추진했고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1월 비석이 시내 평화공원에 세워졌다.

나가사키시 당국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적 배경인 강제 징용 관련 비문 내용과 위령비 크기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한동안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위령비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강성춘 위령비 관리위원장은 건립 당시를 회고하며 "재일 한국인들의 염원이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는 "나가사키 지역에 있는 생존 한국인 피폭자는 10명 남짓 될 것"이라며 "피폭 정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 피폭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인 피폭자를 돕는 한편으로 일본인과 함께 평화를 호소하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