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의 스승 오세창의 한국회화사 화첩 '근역화휘' 3종 첫 공개

연합뉴스 2024-10-15 16:00:25

간송미술관 '간송컬렉션 감식과 근역화휘'전…53년 만에 관람료 유료화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명 중 한 명이었던 위창 오세창(1864∼1953)은 근대 문화·예술에도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금석학자이자 서예가, 전각가이기도 했던 오세창은 특히 한국 회화사를 선별해 엮은 화첩 '근역화휘'(槿域畵彙)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서화사 연구는 오늘날 간송미술관의 소장품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재를 털어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스승이었던 오세창은 간송이 살 작품을 감식하고 작품에 발문(跋文. 작품의 경위 등을 담은 글)이나 보관 상자에 상서(箱書: 상자 위에 쓰는 글씨)를 남겨 수장 내력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오세창의 탄생 160주년을 맞아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16일부터 오세창의 감식을 거친 대표적인 간송미술관 소장품 108점을 소개하는 '위창 오세창: 간송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근역화휘'가 1종류가 아닌 3종류라는 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동안 '근역화휘'는 서울대박물관에 1종류, 간송미술관에 1종류 등 총 2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3권(책)으로 이뤄진 서울대박물관본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간송미술관본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근역화휘'가 두 가지 본으로 나눠 두 기관에 소장된 것으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간송미술관에 3종류의 '근역화휘'가 있다는 사실과 그 구체적인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간송미술관에는 각각 7권과 1권, 3권으로 이뤄진 '근역화휘'가 있다. 이 중 7권으로 이뤄진 '근역화휘'는 고려시대부터 근대기까지 글씨와 그림을 정리해 1916년 간행됐고, 1권짜리는 오세창이 살았던 당시의 화가들 작품을 묶어 이듬해인 1917년 일종의 증보판 형식으로 간행됐다. 나머지 3권짜리는 1920년 이후 오세창이 경성의 수장가였던 김용진의 서화 수장품을 입수하면서 꾸며진 것으로 보인다. 똑같이 3권으로 구성된 서울대박물관 소장본과 간송미술관본 중에서는 간송미술관본이 더 앞선 시대에 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이번에 공개한 3종 11책의 근역화휘는 간송미술관이 50년 이상 서화 전시를 하는데 근간이 된 책"이라면서 "책의 형태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근역화휘에 수록된 작품 중 39건 46점이 나왔다. 고려 제31대 공민왕(1330∼1374)이 섬세하고 꼼꼼하게 양을 그려낸 '양도'(羊圖)부터 근대 서화가 이한복(1897∼1994)의 '성재수간'(聲在樹間)까지 고려부터 근대까지 서화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오세창이 간송 전형필에게 증정한 서화와 인장도 함께 전시된다. 이 중 조선 선조와 인목황후의 첫째 딸인 정명공주가 쓴 글씨 '화정'(華政)은 조선의 여성이 남긴 서예 대작이다.

오세창이 전형필에게 준 인장 44과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 중 조선 후기의 화가 심전 안중식(1861∼1919)의 인장 중 일부는 실제 안중식의 그림에 사용됐던 것들이다.

한편 간송미술관은 이번 전시부터 관람료를 성인 5천원으로 유료화한다. 간송미술관은 그동안 매년 봄·가을 소장품전을 무료로 열어왔으나 인건비 등 비용 상승을 감안해 1971년 간송미술관 이름으로 전시한 이후 53년 만에 처음으로 유료화를 결정했다.

전인건 관장은 "유료화가 전시 관람의 문턱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고 안정적인 미술관 운영에 보탬이 되고자 국공립박물관 수준으로 준해 최소한의 비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1일까지.

위창 오세창의 인장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