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예술의 성지' 모두예술극장 개관 1년…"새로운 문화 탄생"

연합뉴스 2024-10-15 14:00:33

"사각지대 속 장애예술, 열린 공간으로"…장애인 관람객 비율 6%→8% 증가

공연장 가동률도 55%에서 91%로 급증…1주년 기념 기획공연 6편 마련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서로 다른 몸 감각을 지닌 장애 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의 협업으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이 탄생할 수 있었어요."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의 모두예술극장 운영 소회를 밝혔다. 국내 첫 장애예술 표준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은 오는 24일 개관 1주년을 맞는다.

모두예술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25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장애인의 '이동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공연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정책과 행정력 부족으로 장애인들은 그동안 예술적 전문 교육을 받기가 어려웠다"면서 "저 또한 장애 예술가 당사자라서 한국에 모두예술극장과 같은 공간이 생긴 것에 자부심과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사각지대에 머물러있던 장애예술이 모두예술극장으로 통해 열린 공간으로 나설 수 있었다는 소회도 밝혔다. 그는 "모두예술극장을 상징하는 'ㅁ'과 'ㄷ'은 각각 '사각지대'와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면서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모두예술극장의 활동을 통해 장애 예술이라는 새로운 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이날 간담회에서는 모두예술극장의 구체적인 1년 성과도 공개됐다. 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장애인 관람객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모두예술극장에 따르면 장애인 관람객 비율은 지난해 6%에서 올해 8%로 증가했다. 오세형 모두예술극장 극장운영부장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장애인 관람객 비율이 10%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관람객의 접근성까지 개선되면서 공연장 가동률도 빠르게 성장했다. 올 상반기 55.1%에 불과했던 공연장 가동률은 하반기에 91.6%로 크게 증가한 상태다. 오 부장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전국 공연장 가동률 50.2%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여러 차례 공연을 보러 오는 '애호가' 관람객 그룹이 두터워지고, 최근에는 학생 관람객도 많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공연 발표에 그치지 않고 장애 예술 창작과 제작 과정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작품 개발 과정에서 수어나 음성해설 등 다양한 장애 유형별 접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국내외 예술단체들과의 공개 워크숍을 통해 장애 예술가들의 전문성 강화에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모두예술극장 개관 1주년 기념공연 소개하는 오세형 극장운영부장

모두예술극장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11∼12월 중 '신체'를 주제로 총 6편의 기획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11월 14∼16일에는 의수 등 보조장치 등을 통해 '증강된 신체'를 예술로 표현하는 '삶의 형태(들)'를 무대에 올린다. 만성 질환으로 운동을 할 수 없는 전직 프로 복서와 전직 댄서가 무용수들의 도움을 받아 움직일 수 있는 몸으로 재창조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같은 달 21∼23일에는 50대 여성 무용수가 80대 노모와 함께 공연하는 '마/더스'(M/OTHERS)가 무대에 오른다. 신체의 얽힘을 통해 모녀 관계를 탐구하고 노화에 따른 관계 변화를 되짚는 내용이다.

골 형성 부전증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안무가 키아라 베르사니의 무대도 3차례 준비됐다. 단순 신체극 '젠틀 유니콘'이 11월 29∼30일, 댄스공연 '덤불'이 12월 4일, 발레 '빈사의 백조'를 모티브로 한 '애니멀'이 12월 6∼7일에 공연된다.

또 12월 20∼25일에는 모두예술극장이 기획·제작한 뮤지컬 '푸른 나비의 숲'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예술극장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