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제재…러, 비밀 유조선으로 하루 410만배럴 수출"

연합뉴스 2024-10-15 13:00:39

"보험 미가입 노후 유조선 동원…대규모 환경재앙 우려"

러시아산 석유를 싣고 파키스탄 카라치항에 입항한 선박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비밀 유조선을 이용해 해상 광구에서 생산된 석유의 70%를 수출해왔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보고서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학(KSE)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밀 유조선을 동원해 수출한 석유 규모는 지난 6월까지 하루 410만배럴로 1년 만에 약 2배로 늘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시키기 위해 서방이 단행한 경제제재가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영국과 주요 7개국(G7), 호주, 유럽연합(EU)은 2022년 12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로 제한했다.

서방 기업이 러시아 원유 화물을 운송하거나 중개하는 것 등을 제한함으로써 서방이 소유하고 보험에 가입한 유조선에 의존해온 러시아의 석유 무역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전면적인 금수조치를 내릴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타협안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소유 구조가 불투명한 낡은 유조선으로 구성된 소위 '그림자 함대'를 활용하는 우회로를 빠르게 찾아냈고, 이를 통해 가격 상한선보다 높은 가격에 상당량의 원유를 판매해왔다.

KSE 보고서는 러시아가 2022년 초부터 이 비밀 유조선에 최소 100억달러(약 13조6천억원)를 투자했다고 추정하면서 "이 전략은 서방 제재의 영향력을 크게 줄였다"고 평가했다.

해상 정보 서비스인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년 이상 된 선박 등 630척의 유조선이 서방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및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이런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 단속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달 영국은 10척의 선박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KSE는 "러시아의 낡고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비밀 유조선이 유럽 해역에서 환경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아직 석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화 작업에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대형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더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