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활성화 연구 나선 충북도의원들, 카페투어에 바다열차?

연합뉴스 2024-10-15 10:00:38

일부 연구모임 '관광성 활동' 논란…단골 현장 방문지는 제주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입법 또는 정책의 연구·개발 등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연구모임이 일부 취지를 벗어난 활동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지 않은 예산이 지원되는 활동인 만큼 사전 심사와 사후 검증을 강화해 혈세가 허투루 쓰이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바다열차 탑승 전 기념촬영하는 충북도의원 일행

15일 도의회에 따르면 '연구단체 구성 및 운영 조례'에 따라 5명 이상의 의원으로 구성된 연구단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단체가 목적을 정해 간담회, 세미나, 토론회, 현장조사 등 활동 계획을 세우면 500만원 한도에서 경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2022년 7월 출범한 12대 도의회에서는 현재까지 9개 연구단체가 활동을 마쳤다.

그런데 도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들 단체의 연구활동 결과보고서를 보면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했는지 의문이 따른다.

최정훈·안지윤·김성대·이태훈·조성태 의원과 이욱희(지난해 12월 사퇴) 전 의원은 '관광 활성화 연구를 위한 모임'을 구성해 2022년 8월 2일부터 약 3개월간 활동했다.

이 모임은 구성 목적에 대해 제주도의 관광 플랫폼 '카페패스'의 운영방식과 현황을 파악해 지역 도입 가능성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박 3일간 제주도로 건너가 플랫폼 운영업체 관계자·제주도 관광정책과 직원·사업 종사자와 이용자 등을 인터뷰하고, 카페들을 돌며 카페패스를 직접 체험했다.

제주 '카페패스' 체험 후 보고서에 첨부한 사진

하지만 보고서에선 '카페패스는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장기 계획 수립 때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는 다소 맥 빠지는 결론을 내놨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연구활동을 빌미로 제주도 카페투어를 다녀온 것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같은 6명에 김종필 의원이 가세한 '철도관광 연구회'도 비슷한 비판을 받는다.

2022년 12월 16일부터 지난해 2월 3일까지 활동한 이 모임은 1박 2일간 강원 강릉에서 관광전용열차인 '바다열차'를 체험하고, 코레일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의회 안팎에서 '바다 없는 충북'에서 왜 바다열차를 체험 대상으로 삼았는지 의구심을 나타낸다.

여기에 방문 만족도가 높은 관광지와 철도관광의 연계, 철도역과 목적지를 잇는 다양한 이동수단, 충분한 숙박시설 등이 필요하다는 뻔한 결론을 내놔 '관광성 활동' 논란을 낳았다.

충북도의회 본회의장

이 외에도 환경기초시설에 의한 피해와 대책을 연구한 '환경사랑 연구모임'(박지헌·김정일·변종오·박병천·유상용 의원), 신장장애인 지원 방안을 연구한 '신장애'(김정일·박봉순·안치영·안지윤·박지헌 의원) 등은 일부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타 지역 현장 방문지로 제주를 택했다.

이중 '신장애'는 결과보고서에서 제주도가 신장장애인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관련 의정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고 부연했지만, 경기·전남 등 전국 다수 지자체에서 유사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라고 지원하는 연구모임 활동비가 마치 동아리 여가 활동비처럼 쓰이고 있다"며 "적지 않은 혈세가 목적 외로 쓰인다면 이는 의원들의 명백한 책임 방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모임 활동 결과를 본회의에서 보고하는 등 공개적인 검증절차가 필요해 보인다"며 "시민과 언론 등이 지켜보는 앞에서 보고해야 한다면 예산을 허투루 쓰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