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혀' 등장한 삼성 김윤수, 오스틴 삼진 처리하고 포효

연합뉴스 2024-10-15 09:00:36

PO 1차전 승부처에서 등장해 '타점왕' 삼구삼진 처리

김윤수 역투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윤수(24·삼성 라이온즈)는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끝난 뒤 친구들에게 '멱살 잡힌 움짤'(움직이는 그림 파일)을 여러 개 받았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등장한 김윤수는 위기 상황에서 무시무시한 구위로 '정규시즌 타점 1위' 오스틴 딘(LG 트윈스)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 PO 1차전, 삼성 팬들은 김윤수가 등장할 때 웃었고, 오스틴을 삼진으로 처리할 때 환호했다.

멱살 잡힌 채 코치진에 등판 여부를 확인하는 김윤수

14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김윤수는 "친구들이 화제가 됐다며 내가 불펜에서 나오는 움짤을 보내더라"고 당황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PO 1차전에서 삼성은 7-1로 앞선 7회초에 3점을 내줬다.

2사 만루에서 친 LG 홍창기의 땅볼 타구가 삼성 1루수 르윈 디아즈의 미트를 맞고 튀었고, 이 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이어진 2사 1, 3루에서는 신민재가 3루수 옆을 뚫는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보탰다.

7-4로 추격당한 삼성은 2사 1, 2루에서 '파이어볼러' 김윤수를 호출했다.

더그아웃에서 불펜으로 연결된 전화를 통해 '김윤수 등판'을 지시했지만, 외야에 위치한 불펜 위로 쏟아진 팬들의 함성에 묻혀 '교체 지시'가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 삼성 야수들이 모이고, 심판진이 삼성 불펜을 향해 '빨리 나오라'는 의미로 손짓했지만, 투수 교체가 지연됐다.

이에 베테랑 구원투수 김태훈이 김윤수의 멱살을 잡고 불펜 앞으로 끌고 나왔다.

'김윤수가 등판할 차례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적극적인 '액션'이었다.

정대현 수석코치가 '맞다'라는 사인을 보냈고, 그제야 김윤수가 마운드로 뛰어왔다.

김윤수는 "다행히 몸은 다 푼 상태였다"며 "전역 후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했다.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타자와 승부에 집중하려 했다"고 떠올렸다.

인터뷰하는 김윤수

이후 김윤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김윤수는 오스틴을 상대로 초구 시속 150㎞ 직구를 던졌다.

공이 가운데로 몰렸지만, 구위에 눌린 오스틴은 헛스윙했다.

2구째 커브는 높은 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쳤다.

헛스윙, 스트라이크 콜에 삼성 팬들은 환호했다.

이어 함성은 더 커졌다.

김윤수는 3구째 시속 152㎞ 높은 직구를 던졌고, 오스틴은 배트를 헛돌렸다.

그는 "직구는 높은 쪽을 보고 던졌고, 커브는 운 좋게 스트라이크존에 걸쳤다"며 "정말 오랜만에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윤수만큼이나 삼성 동료들도 화려한 세리머니를 했다.

김윤수는 "원래 내가 삼진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데 워낙 중요한 상황이다 보니, 동작이 크게 나왔다"며 "선배들이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셔서 기분 좋았다. 남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그 짜릿함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다"고 바랐다.

김윤수가 위기를 넘긴 덕에 삼성은 PO 1차전에서 10-4로 승리했다.

김윤수 '내가 막았다'

김윤수는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하다가 올해 7월 전역했다.

전역 후 1군에서 4경기에 등판해 5⅓이닝 6피안타 6실점, 평균자책점 10.13으로 고전한 그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정규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조마조마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윤수를 PO 엔트리에 넣은 건 물론이고 "현재 우리 불펜 투수 중 구위가 가장 좋다. 중요한 순간에 쓸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로 김윤수는 1차전 승부처에서 등판했고, 구위로 LG 핵심 타자를 눌렀다.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