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은퇴 경기서 우승' 꿈 이룬 근대5종 맏형 정진화

연합뉴스 2024-10-15 09:00:36

화려한 피날레…"내 인생 마지막 근대5종 경기, 1등으로 마침표 찍어 영광"

근대5종 정진화

(진주=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근대5종 맏형 정진화(35·LH)가 선수 인생의 피날레를 우승으로 장식하겠다는 꿈을 이뤘다.

정진화는 14일 경남 진주의 경남체고 운동장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근대5종 남자 일반부 5종에서 펜싱, 수영, 장애물 경기,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천533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펜싱 243점, 수영 302점, 장애물 경기 322점, 합계 867점으로 연성호(873점·충남)에 이어 2위를 달리던 정진화는 레이저 런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우승을 확정했다.

정진화는 이날을 끝으로 선수로서의 삶을 마감했다.

그는 2017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로는 최초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전웅태(광주광역시청), 이지훈(LH)과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하는 등 한국 근대5종의 맏형으로 동생들을 이끌었다.

은퇴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진화는 "이 장면을 꿈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랜 기간 한국 근대5종을 대표해온 정진화는 이젠 자신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팀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예전만큼 열정을 쏟기는 힘들 거라고 봤고,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은퇴를 결심했다.

정진화는 "매번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이번만큼은 내 인생 마지막 근대5종 경기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마음가짐이 남달랐다"며 "많은 분이 응원하는 앞에서 1등으로 운동 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돼 정말 영광이고 뜻깊다"고 덧붙였다.

귀국하는 정진화

정진화는 "제2의 정진화의 인생을 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운동선수로서는 끝이지만, 이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입사한다. 직장인 모드에 맞도록 제2의 정진화를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5종 경기에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승마를 대신할 장애물 경기가 처음으로 치러졌다.

근력, 순발력, 균형감 등을 개인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빠른 시간 내에 여덟 가지 장애물을 통과해야 하는 이 경기에서 정진화는 13위를 기록했다.

정진화는 "장애물 경기에서는 순간의 실수로 순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가장 좋은 훈련 방법일 것 같다. 정신력을 가다듬으면 좋을 것"이라며 장애물 경기 시대를 맞이할 후배들의 앞길을 응원했다.

정진화는 마지막 전국체전에서 개인전 우승과 더불어 단체전 동메달도 목에 걸었다.

시상식 후 정진화는 후배들이 준비한 샴페인을 터뜨리고 얼굴에 쏟아부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은퇴 기념 케이크까지 손에 든 정진화는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인생 1막을 마무리했다.

soru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