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마비 사태 일단 피했다…헌재법 '심판 정족수' 효력정지

데일리한국 2024-10-14 21:36:06
헌법재판소.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헌법재판소가 오는 18일부터 현실화하는 것이 우려됐던 '헌재 마비'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의 정족수 부족 사태로 자신의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헌재는 이 위원장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심판정족수를 규정한 23조 1항 중 헌법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직해 재판관이 공석 상태가 된 경우 적용되는 부분의 효력에 대해 "위헌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며 본안 위헌확인 사건의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비춰 해당 조항의 효력이 유지될 경우 이 위원장이 회복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고, 재판관 3명의 퇴임도 임박해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임기 만료에 따른 재판관 공석 상태에서 해당 조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면 이는 사실상 재판 외의 사유로 재판절차를 정지시키는 것으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권한 행사 정지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방통위원장 업무 수행에도 중대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퇴임할 예정인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가 선출할 몫인데 아직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 상태로 18일이 되면 재판관 3명 퇴임과 함께 헌재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다.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정하는데, 18일부터는 재판관이 6명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 위원장은 이 조항으로 자신의 탄핵 심판이 열리지 못하고 무기한 직무 정지에 놓이는 것은 부당하다며 11일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이날 일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정족수 제한은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하기 전까지 효력이 사라지고 이 위원장은 심리를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나아가 헌재는 가처분 인용 판단의 효력은 이 위원장뿐 아니라 현재 헌재에 사건이 있는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헌재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절차를 제때 진행하지 못해 신청인의 기본권은 이미 침해된 이후이므로 이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는 전원재판부에 계속 중인 다른 사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결국 재판관 결위로 인한 불이익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헌재의 판단에 따라 일각에서 우려가 나왔던 '18일 헌재 마비' 사태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날 가처분 인용은 법률의 위헌 결정이나 탄핵 결정을 위한 '의결정족수'가 아닌 재판 진행을 위한 '심리정족수'에 국한된 것으로, 후임 재판관이 신속히 임명되지 않으면 헌재 운영에 파행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