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소방, 헬기 정비에 3년간 30억 쏟아붓고 헐값 매각"

연합뉴스 2024-10-14 19:00:06

엔진 폭발로 작년 단 하루도 사용하지 못해…10억에 팔아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경기소방본부가 보유한 소방헬기 한 대에 최근 3년간 30억원이 넘는 수리·정비 예산이 투입됐지만, 이 헬기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채 헐값에 민간 회사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이 14일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소방본부가 보유한 3대의 소방헬기 중 러시아산 카모프 헬기(경기 003호)는 2021년 2월 20억 3천만원을 들여 외주 정비에 착수, 304일을 쉬었다.

질의하는 이달희 의원

이어 2022년 5월 2억원을 투입해 추가 정비를 했고, 이로 인해 또 213일을 가동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후 시험 비행 중 엔진이 폭발했고, 지난해 9억원을 들여 엔진 수리에 들어가면서 이 해에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결국 지난 5월 한 민간 회사에 10억원에 경기 003호를 매각했다.

2001년 2월 63억 4천만원에 도입한 이 헬기에 최근 3년 동안에만 수리·정비 비용으로 혈세 32억원을 쏟아붓고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채 싼값에 팔아 넘긴 셈이 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중앙 및 16개 시도별 소방헬기 평균 불가동 일수는 102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3대의 소방헬기를 운용 중인 경기소방본부의 소방헬기당 평균 불가동 일수가 213일로 가장 길었고, 8대를 운용하는 중앙 119본부가 151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남 112일, 제주 111일, 전남 107일 등의 순이었다.

이 의원은 고장에 따른 정비 등의 문제로 연중 3개월가량은 소방헬기를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정부 및 전국 지자체의 관련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다.

소방헬기 정비 예산은 2019년 215억 1천만원에서 2020년 511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지속해서 증가한 끝에 지난해에는 653억 2천만원을 기록했다.

전국 총 31대의 소방헬기 도입 비용이 8천367억 7천만원 상당인데, 연간 600억원의 정비 예산이 소요되는 점에 미뤄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 의원은 "소방헬기 31대 중 27대가 외국산으로, 이들 헬기는 부품 수급이 어렵고 일부 헬기는 생산업체의 인증을 받은 정비사가 정비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며 "국산 헬기의 성능이 외국산에 뒤처지지 않고, 부품 수급이나 정비에도 유리해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산 헬기 도입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