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인도네시아 진출 '높은 벽'...한화증권도 늑장행정에 인수 1년 소요 낭패

데일리한국 2024-10-14 16:39:58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 인근. 사진=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 인근. 사진=EPA/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대형증권사들이 '금융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에 잇따라 진출했으나 현지 당국의 후진적인 행정 등에 의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지난해 인도네시아 진출을 밝힌 뒤 1년 넘게 걸려 현지 회사 인수 완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걸림돌을 이겨내고 원활히 연착륙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1일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거래소에 구조화워런트(SW) 상품 11종을 상장했다. 인니국영은행(BMRI)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 워런트 1억2000만주와 인도네시아 국영 광산업체 안탐(ANTM)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 워런트 1억5000만주 등이 포함됐다.

이날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019년 베트남, 지난해 홍콩 시장에 이어 인도네시아 파생워런트 시장에도 진출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파생상품 사업자로 성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금융 시장에서 큰 성장성을 보유하고 있어 증권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수준인 인구 2억7000만명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230만명이 노동 시장에 신규 유입되고 있으며 인구 중위 연령이 27세, 15~64세인 생산 가능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70%인 매우 젊은 국가다.

특히, 인구의 54%가 80~90년대생으로 저축과 투자에 관심이 많고 디지털 금융 등에 익숙하다. 실제로 2019년 110만명에 불과하던 인도네시아 주식 투자 인구는 2022년에 440만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2년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44% 증가한 44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내수시장과 니켈 등 핵심자원 공급망 확보 등을 위해 대거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모두 6곳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현지를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제외한 증권사들은 현지에서 죽을 쑤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도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키움증권도 올 상반기 순손실 13억원을 기록,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리테일에 강점이 있는 만큼 노하우를 살려 상반기 신규 MTS인 '뉴 히어로'를 내놓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신한투자증권도 지난해 하반기 순손실 8억5400만원에서 올 상반기 10억9800만원으로 확대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상반기 해외 실적은 발표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무려 12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KB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은 올 상반기 순이익 31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흑자를 유지 중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손실 6억5670만원에서 올 상반기 2억7173만원으로 흑자전환해 향후 실적 개선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성적이 부진한 것은 다양한 이유와 함께 인도네시아 당국의 느리고 비협조적인 행정 때문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21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인도네시아에 방문해 현지에 자리 잡은 우리 금융기관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청취했는데, 주재원의 체류허가(KITAS) 발급 제한 및 발급 절차 지연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 주재원은 인도네시아 금융청으로부터 체류 승인을 받고 있는데, 근무 기간은 최장 4년이며 현지 법인당 체류허가도 10명 내외 수준으로 제한돼 중간관리자 배치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시장에 뒤늦게 참전한 한화투자증권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현지 증권사인 칩타다나증권의 지분 80%를 인수해 현지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한화투자증권도 현지 당국의 행정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보완 요청은 없었다"라며 "단순히 당국의 승인 절차가 지연돼 이제야 인수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은 칩타다나증권의 지분 80% 인수를 오는 31일에 마칠 것이라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취득 금액은 493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