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임애지 "오연지 언니랑 붙는 마지막 기회…이기고 싶다"

연합뉴스 2024-10-14 15:00:35

내년 체전 여자 복싱 체급 세분화 추진…임애지의 '마지막 도전'

한국 여자복싱 국가대표 임애지(왼쪽)와 오연지

(김해=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임애지(25·화순군청)와 오연지(34·울산광역시체육회)는 2020 도쿄 올림픽과 2024 파리 올림픽에 나란히 출전했던 한국 복싱 간판선수다.

임애지가 54㎏급, 오연지가 60㎏급이라 국제 대회에 나가서는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는 사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 규모인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두 선수는 물러설 곳 없는 대결을 벌여야 한다.

전국체전 여자 복싱은 플라이급(51㎏), 라이트급(60㎏), 미들급(75㎏) 세 체급밖에 없어서다.

올해 전국체전에서도 임애지와 오연지의 여자 일반부 라이트급 맞대결이 성사됐다.

임애지와 오연지는 14일 경남 김해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체전 복싱 여자 일반부 라이트급 8강전에서 나란히 승전고를 울리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대진표상으로 두 선수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결승 티켓을 놓고 맞대결한다.

전국체전 복싱 여자 일반부 라이트급 경기를 치르는 임애지(왼쪽)

임애지는 올해 파리 올림픽 여자 54㎏급에서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메달인 동메달을 수확하면서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60㎏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오연지는 전국체전 이 체급 11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최강자다.

오연지가 전국체전 여자 일반부 라이트급 11연패에 성공했다는 건, 임애지가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임애지는 14일 강예니칼네이로(영주시청)와 8강전이 끝난 뒤 연합뉴스와 만나 "연지 언니를 상대로 전국체전에서 3번인가 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애지는 전국체전에서 우승은 한 번도 없이 준우승만 세 번 했다. 모두 오연지에게 졌다.

오연지는 라이트급이 본래 자기 체급이지만, 임애지는 오히려 감량 대신 증량해야 한다.

올림픽이 끝난 뒤 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체중을 59㎏까지 불렸다는 임애지는 그 때문인지 "몸이 조금 무겁긴 하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무거워진 몸으로도 빠른 풋워크를 앞세워 상대와 간격을 유지하는 경기 스타일은 그대로였지만, 파괴력이 강점인 오연지를 상대로도 통할지는 붙어봐야 안다.

전국체전 복싱 여자 일반부 8강전에서 승리한 오연지(오른쪽)

임애지는 파리 올림픽이 끝난 뒤 전국체전 여자 복싱 체급 세분화를 공론화했다.

이에 대한복싱협회는 대한체육회에 내년부터 54㎏급 신설을 건의할 참이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다. 체급이 늘어나면 여자 복싱 선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든 복싱인의 염원대로 내년 전국체전부터 여자 복싱 체급이 늘어나면, 임애지와 오연지의 맞대결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임애지는 "연지 언니랑 붙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 이번에 이기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오연지는 덤덤하게 임애지의 도전장을 받았다.

8강전에서 정해든(성남시청)에게 기권승을 따낸 덕분에 땀도 별로 안 흘린 오연지는 경기 직후 임애지의 말을 전해 듣고는 "내일 경기도 하던 대로 하겠다"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4bun@yna.co.kr